인생은 여름방학처럼

여름의 제주도: 어느 튜브 서퍼의 신나는 하루

by 콩작가

예전에 팟캐스트에서 들은 장항준 감독의 가훈은 ‘인생은 여름방학처럼‘이었다.


인생을 즐겁게 살았으면 좋겠는데 가훈으로 뭐가 좋을까 생각하면서 ‘방학’이 떠올랐다고 한다. 겨울 방학도 아니고 꼭 여름 방학. 그래야 친구들과 놀러 다닐 수 있으니까.




아무 생각 없이 웃을 수 있다면,
당신은 행복의 비밀을 아는 사람입니다.


요새 이런 생각을 한다. 아무 일도 없이도, 아무 생각 없이도 웃을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그 사람은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제주도에 휴가를 와서 물놀이를 하고 싶었다.


어렸을 때 여름방학이면 물놀이를 갔다. 지리산 자락의 계곡으로, 바다로.


모르는 어른들과 가는 부모님의 계모임이었지만 그래도 나는 언제나 즐거웠다. 내성적이어서 다른 사람들을 만나는 게 고통스러우면서도 물놀이는 즐거웠던 기억이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무 일도 아닌데 하루 종일 놀아도 놀아도 즐거웠다. 잠수를 했다가 물장구를 쳤다가 다시 바위로 기어올라가 낮잠을 한숨 자고 깨어나면 얼음장 같은 물로 다시 다이빙!


별 것도 아닌데 마음속에 있던 즐거움은 어떤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홀로 제주도에 휴가를 와서 마흔이 넘은 내가 튜브를 빌렸다. 죽을까 봐 구명조끼까지 빌려서 빠져 죽으래야 죽을 수도 없는 복장을 하고 바다로 향한다.


가자!


첨벙첨벙. 호기롭게 바다를 헤치고 앞으로 나아가자 ‘삐~~~~’ 하는 호루라기 소리가 나를 잡았다. 해수욕장에는 안전하게 놀 수 있는 ‘구역’이 있었고 거기서만 놀으라는 뜻이었다.


나는 다시! 발걸음을 옮겨 뚜벅뚜벅 구명조끼를 입고 튜브를 끼운 채 걸어 나간다. 안전 구역은 발이 닿을 수 있는 구역이었다. 하지만 튜브 덕에 발이 두둥실 떴다. 발장구를 치고 자유롭게 수영을 해본다. 튜브 덕에 지금의 나는 국가대표 수영 선수 못지않다. 절대 빠져 죽을 일은 없다.


바다를 향해 몸을 돌린다. 눈앞에 파도가 일렁인다. 바람이 불면 파도가 높아지고 나를 덮칠 것 같이 높아진 파도에 밀려 나는 위로 솟았다가 아래로 꺼졌다가 자맥질한다.


높은 파도가 물거품을 일면서 다가오면 나는 당당한 튜브 서퍼처럼 파도를 탄다. 그러면 파도는 해변가 쪽으로 나를 쭈욱 밀어준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즐겁다. 초등 방학 같다. 그냥 밀려오는 파도에 몸을 맡기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다. 그래, 이런 기분이었다. 아무 생각도 없이 물에 온 마음을 맡겨버리는 것. 그래서 그때 그게 그렇게 재미있었나 보다. 물속에서 움직이는 몸에 나는 자유로움을 느낀다. 오늘은 중력에서 해방이다!


몸을 이리저리 옮기고 파도가 오면 파도를 맞고.


인생은 여름방학처럼.


아무 일도, 아무 생각도 없이 웃을 수만 있다면 그것이 진짜 행복이다.


초등학생 여름방학 같은 나의 2023년 여름의 제주도, 여름휴가가 간다.

잘 놀았다. 하지만 마음만은 여름방학처럼. 여전히.


2023년 제주도의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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