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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랑 Sep 23. 2021

너와 나의 유전자는 그렇게 또

브런치북 응모의 대장정을 마무리하며

너와 나의 유전자는 그렇게 또

오늘도

열심히 

나를 만들며 일하고 있다.


나를 포함한 여러 사람들의 유전자와 관련된 이야기를 쓰면서 참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이 축복으로 여겨졌다. 유전상담사가 아니었으면 알지 못했을 그런 유전자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알게 된 것, 유전질환을 가지고 살아가시는 분들이 삶에 적응해 나가시는 방법을 배우게 된 것, 그리고 이렇게 배운 것들을 통해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될 수 있게 되는 이런 멋진 직업을 갖게 된 것이 참으로 감사하다. 


Trisomy rescue라는 용어가 있다. 이는 수정란이 세포분열을 하면서 태아를 만들어갈 때, 실수로 특정 염색체가 세 개인 세포가 생길 수 있는데, 하나의 염색체를 버려서 정상 숫자인 두 개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우리는 염색체를 총 23쌍 가지고 있는데, 각 쌍에서 하나는 엄마, 하나는 아빠에게서 물려받는다. 염색체 1번부터 22번까지는 상염색체 (남녀 모두 같음), 마지막 23번째 쌍은 성염색체 (여성은 XX, 남성은 XY)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21번 염색체가 3개인 경우에는 이를 trisomy 21 혹은 다운증후군이라고 한다 (trisomy라는 말은 염색체가 세 개라는 의미를 담은 용어이다). 이처럼 염색체가 두 개가 아니라 세 개 있는 경우에는 불필요한 유전정보들이 너무 많이 우리 몸에 관여를 해서 몸이 제대로 형성되거나 기능을 할 수 없게 되고, 그로 인해 특정 유전질환이 생기게 된다. 많은 경우 특정 염색체가 3개 있으면 대부분 임신 중 유산이 된다. 다운증후군이 있는 태아의 경우에도 많은 경우 유산이 된다. 


우리 몸은 어떻게든 나를 살리기 위해 염색체가 하나 더 있는 실수가 발견되었을 때 빨리 진압을 하고자 하나를 얼른 버리게 된다. 그러면 특정 염색체가 세 개가 아니라 두 개가 되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 없이 임신이 지속된다. 물론 엄마 것을 버리냐 아빠 것을 버리냐에 따라 또 다른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있고, 어떻게 해서 trisomy rescue가 일어나는지 아직까지 완전히 이해가 되고 있지는 않지만, 이런 복잡한 얘기들은 미뤄두고 현상만 얘기해보고 싶었다. 


나는 아직도 그저 신기하다. 어떻게 우리 몸은 이런 방법까지 알아내서 나를 살리려고 애쓰고, 어떻게든 건강하게 살 수 있게 해 주려고 노력하는지. 우리는 살아가면서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나조차도 어디가 조금 아프면 "괜찮아지겠지"하는 마음으로 병원에 안 가고 버틴다. 그러다 보면 신기하게 며칠 후 괜찮아진다. 물론, 이게 진짜 괜찮아진 건지, 아니면 더 큰 문제를 안고 괜찮은 척하는 것인지 모르지만, 아직까지 이렇게 글을 쓰며 살아 있는 것을 보면 전자가 아니었나 싶다. 


너무 클리셰 같지만, 우리 몸도 이렇게 애쓰는데, 나도 나를 더 사랑해줘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 커피와 빵은 절대 끊을 수 없는 삶의 낙인데, 스트레스를 받으면 위염부터 오는 나의 몸을 위해 커피와 밀가루를 조금 줄이는 노력을 하고, 나의 욕심으로 하루 평균 4-5시간밖에 못 자며 붙잡고 있는 육아와 집안 살림과 일을 나의 몸을 위해 일주일에 하루쯤은 될 대로 되라는 마음으로 다 내려놓고 편하게 지내려는 노력이, 나의 몸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브런치북 응모를 하며 마음이 싱숭생숭해져서 주저리 주저리 써 내려간다.

몇 년 전부터 브런치북 응모를 하고 싶었지만, 글들이 충분히 모이지 않았었고, 이런 글에 누가 관심을 가져줄까 라는 마음에 미뤄뒀다가, 미국으로 유학을 와 유전상담사가 되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 지 9년이 된 기념으로 9회 브런치북 응모에 지원한다. 내년이면 10년 된 기념으로 10회 브런치북 응모에 지원할 수 있고, 그 후에는 11년, 12년, 13년... 사실 내가 유학을 떠날 때 브런치북 응모가 시작되어서 횟수가 계속 같이 가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지만, 괜스레 9년이라는 숫자에 의미를 두고 용기를 내어본다.


이렇게 나름 거창하게 썼는데 당선이 안되면 민망하겠지만...

그럼 내년에 10년 되는 기념으로 10회 브런치북 응모에 지원해보지 뭐... 라며 쿨한 척해보기로 한다. 

혹시 그렇게 되면 다들 너그러이 눈 감아 주시길 :)


브런치북 응모 버튼 누르기 10초 전,

두근두근

Arang Kim, MS, CGC

Certified genetic counse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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