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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엠립, 다시 찾은 세계

캄보디아 씨엠립에서

by 도인

2006년 11월, 나는 지친 몸과 마음을 이끌고 씨엠립에 도착했다. 혼자 떠난 긴 여행의 끝자락이었다. 날씨는 숨 막히게 덥고 습했다. 밤 10시, 숙소 프런트 데스크에 걸린 온도계는 선명한 붉은 숫자로 36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밤 10시에 36도라니." 믿기지 않는 현실이었다.

앙코르 사원들을 마치 숙제를 하듯 느릿하게 하나씩 둘러보았다. 그곳은 언제나처럼 찬란했지만, 나에게는 그저 해야 할 일처럼 느껴졌다. 태양은 잔인하게 작열했고, 공기는 뜨겁고 무거웠다. 내 안은 오히려 싸늘했다. 그곳에서 나는 알았다. 이제는 여행을 마칠 때라는 것을. 어딘가에 정착해서 다른 사람들이 그렇듯 그런 삶을 살아야 할 때라는 것을.

그리고 지금, 19년이 흘러 다시 씨엠립에 왔다. 가장 가난하고, 가장 뜨거웠던 나라. 그때는 다시 이곳을 찾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더욱이 이렇게 새로운 삶의 시작점으로 다시 마주하게 될 줄은.

이번에는 모든 것이 다르다. 삶의 큰 전환점을 맞이한 지금, 그 시작을 바로 이 씨엠립에서 보내기로 했다. 빈 껍데기 같았던 그때와는 다르게, 나는 이제 가득 찬 나 자신과 함께 있다.

‘만약 지금 당장 죽는다면 어떨까?’
그 질문이 나를 멈춰 세웠고, 나는 이렇게 답할 수 있는 삶을 살기로 결심했다.
“저는 후회 없이 제 삶을 온전히, 충만하게 살았습니다. 마음껏 사랑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그 새로운 삶이 막 시작되었다.




하지만
삶의 방향은 사랑으로 정하여
걸으며 달리며 나아갔으면 합니다.
당신에게 하는 말임과 동시에
나 자신에게 하는 말입니다.
사람이 영원히 추구해야 할 것은 사랑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그렇게 살기로 하였습니다.

새던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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