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와 집착의 황량한 파노라마
사랑이라고? 이건 사랑이 아니라 집착과 복수의 블랙홀이다. 이 소설을 읽고 나면 당신의 연애관이 바뀔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연애 자체를 포기하고 싶어질 수도 있겠다.
히스클리프와 캐서린, 이 두 주인공은 현대의 관점에서 보면 그저 정신병원에 입원해야 할 것 같은 인물들이다. 하지만 그들의 광기 어린 사랑은 독자들을 매혹시킨다. 아마도 우리 모두의 내면 깊숙한 곳에 숨어있는 어두운 욕망을 대리만족시켜주기 때문일 것이다.
이 소설의 배경인 요크셔 황야는 그 자체로 하나의 캐릭터다. 춥고, 험악하고, 고립된 이 장소는 등장인물들의 내면을 그대로 반영한다. 마치 그들의 광기가 자연 속에 투영된 것 같다. 에밀리 브론테, 당신은 도대체 어떤 악몽을 꾸고 이런 이야기를 쓴 것인가?
히스클리프는 빅토리아 시대 영국 소설의 전형적인 주인공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귀족도 아니고, 젠틀맨도 아니며, 심지어 영국인조차 아니다. 그는 그저 어둡고 위험한 이방인일 뿐이다. 하지만 그의 이런 특징이 오히려 독자들을 매료시킨다. 우리 모두 내면 깊숙이 '나쁜 남자'에 대한 판타지를 가지고 있는 걸까?
캐서린은 어떤가? 그녀의 "나는 히스클리프예요"라는 말은 너무나 유명하다. 하지만 이건 낭만적인 고백이 아니라 정신분석학자들이 군침을 흘릴만한 발언이다. 자아와 타자의 경계가 무너진 상태, 이것이 바로 광기의 시작 아닌가?
이 소설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서술 구조다. 록우드라는 외부인의 시점으로 시작해서, 넬리 딘이라는 하인의 입을 통해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는 마치 우리가 창문 밖에서 이 광기 어린 드라마를 엿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안전거리를 유지한 채 말이다.
결국 '폭풍의 언덕'은 사랑과 복수, 그리고 세대를 넘어 이어지는 광기에 관한 이야기다. 이는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라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걸작이다. 그리고 그 어둠은 2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의 마음 깊숙이 울림을 준다.
자, 이제 당신은 어떤가?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의 사랑이 로맨틱하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그저 두 사람 모두 정신졍 환자라고 생각하는가? 어느 쪽이든, 이 소설은 당신의 마음 한구석에 폭풍을 몰고 올 것이다.
도시에서 온 록우드가 폭풍의 언덕이라는 음산한 집을 방문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는 집주인 히스클리프의 기묘한 행동에 호기심을 느끼고, 가정부 넬리 딘에게 집의 역사를 듣게 된다.
어느 날 언덕 주인 어니쇼가 리버풀에서 고아 소년을 데려온다. 이 소년이 바로 히스클리프다. 어니쇼의 딸 캐서린은 히스클리프와 가까워지지만, 그의 오빠 힌들리는 히스클리프를 미워한다.
캐서린은 이웃집 에드거 린턴과 결혼하고, 히스클리프는 사라졌다가 부자가 되어 돌아온다. 그는 복수를 위해 에드거의 여동생 이자벨라와 결혼하고, 캐서린의 딸(어린 캐시)과 자신의 아들(린턴)을 이용해 복수를 계속한다.
결국 모든 주요 인물들이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하고, 어린 캐시와 힌들리의 아들 해리턴만이 살아남아 새로운 시작을 맞이한다.
• 히스클리프: 복수심에 불타는 주인공. 출신을 알 수 없는 고아였다가 부자가 되어 돌아온다.
• 캐서린 어니쇼: 히스클리프와 깊은 유대감을 가진 여주인공. 에드거와 결혼한다.
• 에드거 린턴: 스래싱 그레인지의 주인. 캐서린과 결혼한다.
• 넬리 딘: 가정부이자 이야기의 주요 서술자.
• 록우드: 히스클리프의 세입자이자 이야기의 첫 번째 서술자.
• 힌들리 어니쇼: 캐서린의 오빠로, 히스클리프를 미워한다.
• 복수와 집착: 히스클리프의 복수심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 계급과 사회적 지위: 히스클리프의 출신과 그로 인한 차별이 중요한 주제다.
• 자연과 야생: 요크셔의 황야가 인물들의 내면을 반영한다.
• 유령과 초자연적 요소: 캐서린의 유령이 등장하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든다.
• 세대를 넘어서는 갈등: 부모 세대의 갈등이 자식 세대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폭풍의 언덕'은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초의 영국을 배경으로 한다. 이 시기는 산업혁명이 한창이었지만, 요크셔의 황야와 같은 시골 지역은 여전히 전통적인 생활 방식을 유지하고 있었다.
계급 제도는 여전히 강력했으며, 히스클리프와 같은 출신 불명의 인물은 사회에서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또한 여성의 지위도 매우 제한적이어서, 캐서린과 같은 여성들은 결혼을 통해 자신의 지위를 높이려 했다.
종교적으로는 기독교가 지배적이었지만, 이 소설에서는 오히려 이교도적이고 초자연적인 요소들이 강조된다. 이는 당시 사회의 규범에 대한 도전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폭풍의 언덕'은 당시의 사회 규범과 도덕관념을 뒤흔드는 파격적인 작품이었다.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의 광기 어린 사랑은 빅토리아 시대의 도덕관념과는 거리가 멀었고, 이는 많은 독자들에게 충격과 동시에 매력으로 다가왔다.
결국 '폭풍의 언덕'은 단순한 고딕 로맨스가 아니라, 인간의 본성과 사회의 모순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작품이다. 당신도 요크셔의 황야로 떠나볼 준비가 되었는가? 하지만 조심하라. 당신의 내면 깊숙이 숨어있는 광기가 깨어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