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나의 형님

by 강흐름

어느새 벌써 내 나이가 이렇게 됐나 하고 스스로 되묻는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추운 겨울보다는 만물이 소생하는 봄을 좋아하게 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나 또한 젊었을 때는 겨울도 좋았고 여름도 좋았다.

겨울은 역시 추워야 제 맛이고, 여름은 역시 더워야 한다며 허세 아닌 허세를 부리기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겨울이나 여름이나 육체적, 정신적으로 부담스럽기만 하다.


젊은 시절의 우리는 대부분 미래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며 산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고, 요즘처럼 꽃이 피기 시작하는 봄을 자각하는 시점이 와서야 과거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 추억과 회한의 아쉬움 속에 조용히 떠오르는 분이 있다.

지금은 생의 운명을 달리하신 나의 형님.

시골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들어갈 무렵, 형님의 권유로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게 되었다.

이때부터 나는 촌티를 벗고 서울 놈이 되어 갔다.

당시엔 왜 나를 굳이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게 하셨는지 이해하지 못했으나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어린 나를 형님께선 꽤 똘똘하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

나 역시 흥분과 기대로 청운의 꿈을 안고 서울에서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기대했던 서울 생활은 생각처럼 흘러가지 않았다. 흔히 말하는 텃세를 당했다.

힘 좀 쓴다는 애들이 내 사투리를 따라 하며 놀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웃으며 넘겼지만 점점 정도가 심해져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싸움을 하기 시작했고, 그 후로도 별의별 일들이 생겼다.

공부는 뒷전으로 밀리고 결국엔 학교로 형님까지 불려 오시게 됐다.

그러나 학교까지 오신 형님은 나를 혼내기는커녕 머리만 쓰다듬어 주셨다.

나를 이해해 주시면서도 조금은 답답하시기도 했으리라 짐작한다.


삶의 방향이 한쪽으로 기울어져 흔들릴 뻔하던 학창 시절을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도록 기다려 주시고,

미래가 무엇인지 생각할 수 있도록 많은 것을 일깨워 주시고, 사회의 일원으로서 큰 문제없이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보살펴 주신 나의 형님께 지금도 너무나 감사할 따름이다.


오래전 어느 날, 한 사업체를 인수하시고 “막둥아!” 하시면서 좋아하시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너무 일찍 운명하셔서 안타까울 뿐이다.

고인이 되신 나의 형님께 인생과 경영 철학 외에도 많은 것들을 배웠다.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셨던 형님의 마음 덕에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지금까지 잘 지내오고 있다.

형님이 아니었으면 내 인생의 방향은 어디로 흘렀을까.

한때의 방황과 여러 혼란이 생길 때마다 나의 길이 되어 줬던 형님을 떠올리며 지금의 나는 삶에 대한 후회도 회한도 하지 않으려 한다. 멋지고 영광스러웠던 경험은 추억으로, 좋지 않은 경험은 교훈으로 남겨두려 한다.


요즘 따라 삶을 뒤돌아보며 형님께 하고 싶은 이야기도 참 많은데 뵐 수 없는 현실이 슬프다.

꽃이 지고 나니 아, 그때가 봄이었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뭐가 그리 급하셔서 빨리 가셨는지 묻고 싶으면서도 그저 그립다.

더불어 학창 시절 내내 때로는 누님처럼 보살펴 주시고, 편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해 주신 형수님께도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

지금은 조용히 삶을 마주하고 계신 형수님!

지난날의 여정에 많이 힘들고 마음 아프셨겠지만 안타까운 일들은 다 지나간 바람이자 태풍이라 생각하시기를. 때로는 생각도 잠시 쉬어 보시고, 흔들리는 와중에도 편안한 마음과 함께 항상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긍정적인 삶을 살도록, 그리고 오늘날의 내가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신 형님과 형수님께 다시 한번 감사함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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