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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마언니 Mar 27. 2023

늦긴해도 우린 다 같이 도착할 수 있어

이탈리아 수영대회


행사참여를 위해 몰려드는 인파 속으로 아이를 홀로 보낼때 이렇게 내 곁을 떠나 혼자 해쳐내야 할 일들이 점점 더 많이 생기겠지.. 만감이 교차했다.

북새통, 말 한마디 제대로 들리지 않는 인파 속에서 아이 귓가에 속삭였다.


- 특별히 잘하려 하지않아도 괜찮아, 그냥 늘 하던대로만 하면 돼.. 사랑해 아가


우리 센터 수영클라스에는 몸이 다소 불편한 친구들, 앞을 보지 못하는 친구들도 있는데 결과에 상관없이 끝까지 완주하는 친구들이 대견해서 우리 모두 큰박수로 응원 했다.

그들은 몸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결코 차별이라는 선을 긋지 않는다. 너무나 자연스럽고 너무나 당연한 이러한 환경을 마주할 때마다 매순간 감사하다.


아이들 학교에도 몸이 불편한 친구가 있다.

몬테소리교육 자체가 장애친구들을 위한 교육이 시초였기에 어쩌면 우리는 되려 그 친구 덕을 보고 있는 셈이다. 가령 지난 락다운 때 학교도 모두 문을 닫아야만 했을 때, 우리가 격주로 등원할 수 있었던 것도 또한 그 친구 덕분이었다.

장애친구는 락다운이라도 등원을 할 수 있었고 그 친구 혼자서는 외로우니 격주로 몇몇의 아이들이 함께 등원하자는 것이었다.

언젠가 아이와 친구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소아마비로 하반신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 친구 였기에 함께 정원에서 뛰어노는 건 다소 무리가 있다 생각했던 건 나만의 착각이었다


-괜찮아 엄마, 안드레아가 천천히 가면 나도 천천히 가면 돼, 안드레아 혼자서는 위험하니까 내가 안드레아 손 꼭 잡아줘야 해, 곁에서 함께 걸어가면 늦긴해도 우린 다같이 도착할 수 있어


스타트 연습을 한 번도 해본 적없는 아이는 다소 늦은 출발을 했지만 자신이 늘 하던 흐트러짐없는 페이스로 3등이라는 결과를 완성했다.


- 3등해서 미안해 엄마..


단 한번도 1등을 하라는 둥 승패에 연연하는 말은 하지도 않았다 생각했는데 툭 튀어나온 아이의 말 한마디는 콕 박혀 제법 아팠다.


3등이 뭐 어때서?

엄마는 너무 자랑스러운데? 로이는 안그래?

등 수는 중요하지 않아

늦게 출발하고도 3등 했으면, 정말로 더 잘한거 아닐까?

엄마 기분 너무 좋은데 우리 맥너겟 먹으러 갈까?


- 다음엔 늦게 출발 안하고 더 잘하고 싶어, 맥너겟 포장 말고 먹고 가도 돼?


그래 그러자!

너무 잘했으니 오늘은 하고픈대로 다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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