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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GOING HOME 0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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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고래 Dec 02. 2022

솔직한 마음을 드러내기 시작하다.

비우기 시리즈 7.

퇴사를 하는 과정은 정말 순식간에 일어났습니다.



결심을 한날 밤, 상사에게 메신저로 퇴사 의사를 밝혔고, 그다음 날 수리가 되어, 이튿날 퇴사를 했기 때문입니다.


퇴사 사유는 “회사가 나와 맞고 안 맞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이제는 내일을 하고 싶다” 로 적어서 제출했습니다. 사유가 너무 깔끔했던 탓인지, 아무도 저를 붙잡거나, 인수인계를 해야 한다며 시간을 끌지 않았습니다.


처음엔 이런 반응이 아무도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것 같아서 서운하기도 하고, 약간 화도 났는데요. 하지만 그 감정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마치 평소 어질러둔 책상을 마음먹고 한 번에 싹 다 정리하듯 마음이 금세 개운해졌기 때문입니다.



다만 저의 퇴사 소식과 그 절차가 제 주변 동료 및 협력업체들에겐 다소 충격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들 갑작스러운 저의 퇴사에 대해 당황하거나,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했는데요.


어떤 안 좋은 일이 있어서 나온 게 아니라, 서로 합의하에 결정된 일이고, 내가 올해가 가기 전에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들을 좀 정리해 보고 싶어서, 퇴사하게 되었다고 잘 설명했습니다.


그 당시 제가 공통적으로 들었던 이야기가,



“부모님이 이 사실을 아시냐?, 얼마나 걱정하시겠냐?”

“부모님한테는 퇴사 사실을 말하지 않은 거면, 당장 월요일부터 출근하는 척할 거냐?”



뭐 주로 저의 앞날보다는 부모님에 대한 기대를 저버린 자식으로서의 걱정과 우려들이 많았습니다. 이 우려들을 듣고, “아, 나이가 서른이 넘어도 다들 부모님의 사랑과 기대를 저버리길 바라지 않는구나, 나만 이런 생각을 가지고 살았던 게 아니었구나" 싶어 내심 안도했습니다.


그리곤 이런 걱정과 우려들에 저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고 답변했는데요.



일단 저는 누군가의 기대나, 열등감을 충족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만약 제가 퇴사를 해서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렸으니, 설령 저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신다면, 그건 진짜 사랑이 아니라, 협박에 가깝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저 스스로의 마음을 챙기기 시작하면서 배우게 된 사랑은 “네가 ~하면, ~해줄 거야”라는 식의 조건부가 아니었습니다.


어떠한 순간의 어떠한 모습이든 진심으로 수용하고, 인정하며, 상대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처럼 생각하고, 상대가 더 행복한 방향으로 가게 믿고 지지해 주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설사 부모님이 그렇게 실망하신다고 해도 전혀 개의치 않았어요. 그 당시엔 엄청난 용기를 낸 솔직한 제 마음이 제일 소중했습니다.


이렇게 퇴사 의사를 밝히고 진행된, 저의 이틀간의 퇴사 과정은 지금 다시 회고해도 정말, 빠르고 수월하게 진행되었습니다.


저의 인수인계 과정도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았는데요. 상사에게 필요로 한 사항들을 물어보고, 그걸 모두 문서화했으며, 동료들에게 언제든 궁금한 게 있으면 부담 갖지 말고 연락하라고 했습니다.


상사와 저는 서로 짧은 인수인계를 하는 동안은 그냥 일 이외에는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제가  퇴근을 하려고 나오자, 그녀가 먼저 따라와서 할 말이 있는 것 같은 표정을 지었습니다.


아마 제가 퇴사하는 당일에 그녀가 월차라, 서로 얼굴을 볼 날이 더 이상 없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뭔가 굉장히 심경이 복잡해 보이는 표정을 한 그녀를 저는 그냥 꼭 안아줬습니다.


제가 입사하기 전부터 그녀가 굉장히 긴 시간 동안 속앓이를 했다는 걸 저는 알고 있었습니다. 회사가 여러 사건들을 겪으면서 내부적으로 굉장히 시끄러웠다는 걸 여러 흔적들을 통해 알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마치 제가 번아웃 직전에 겪었던 증상과 굉장히 유사하게 그녀 또한 수시로 비정상적으로 오르는 열과 화병으로 인해 항상 힘들어했습니다.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는 그녀에게, 나는 당신이 더 이상 화병에 걸려서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진심을 전하고, 꼭 안아주며 짧은 작별 인사를 마쳤습니다.


퇴사 당일이 되자, 막상 제 인수인계는 너무나 간단했고, 깔끔해서 더 할 게 없었습니다. 심지어 그날 다들 월차나 반차를 내서 사무실이 오후가 되니 텅 비어있었는데요.


이때를 틈타 저는 저와 갈등이 있었던 동료와 인수인계를 빌미로 짧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저는 여태 사회생활을 하면서 제 상사들을 대할 때, 좀 뻣뻣하게 대한 편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옳은 소리만 하는 사람이었는데요. 이런 저와는 달리, 상사의 비위를 잘 맞추고, 그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경청하는 그녀의 모습이 처음엔 별로였습니다. 제가 못하는 걸 그녀가 하고 있었고, 그런 측면에서 그녀가 저보다 더 낫다는 사실을 은근히 인정하기 싫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날은 그녀에게 제 진심을 전했습니다. 


나는 평소에 굉장히 뻣뻣한 사람이라, 상사가 이상한 말을 하면 되받아 치곤 하는 사람인데, 너는 그런 나와 달리 참 유연하고 지혜롭게 대처한다고, 그렇게 누군가의 의견을 경청하고 눈높이에 맞게 맞춰주는 건 정말 엄청난 능력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런 그녀 또한 저에게 솔직한 진심을 털어놓았는데요. 자기에겐 이 회사가 정말 마음껏 자신이 원하는 일들을 시도해 볼 수 있는 곳이라며 애정을 가지고 있었는데, 갑자기 회사에서 예상치 못하게 자기와 유사한 포지션인 저를 대리고 들어와서 한동안 당황스러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녀는 우리가 조금 더 시간이 있었다면, 아마 맞춰 갔을 거라고, 그리고 회사 밖에 나가서도 원하는 일, 그리고 꿈꾸는 일들 다 하면서 잘 지내라고 진심 어린 덕담도 해주었지요.


저는 이렇게 짧지만 진심을 담은 안부인사를 제가 있는 부서에 있는 동료들에게 한 명씩 한 명씩 돌리고, 심지어 대표님과 타 부서까지도 다 돌리고도 시간이 너무 여유로웠습니다. 왜냐하면 이날 퇴근을 저녁 8시에 했기 때문인데요.


퇴사를 결심한 날 밤, 사직서를 제출하고 가장 먼저 이 사실을 저의 마음공부의 길잡이 역할을 한 동료에게 알렸습니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동료는 저를 이렇게 보낼 수는 없다며, 자신이 그날 늦게 끝나지만 꼭 같이 식사를 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할 일은 없지만 회사에 늦게까지 남아 있을 예정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분명 제가 오후로 넘어갈 수 록 덩그러니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하긴 했는데요.


이 오후 시간에 저는 정말 뜬금없이 회사와 전혀 무관한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이 사람은 제가 평소 존경하고, 지금도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의 대표님이었는데요. 


계획에 있었던 게 아니라, 그냥 정말 갑자기 퇴사 전날, 이 대표님이 딱 떠올랐습니다. 평소 회사 인근에 거주하고 계신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터라, 제 아지트였던 회사 근처 카페에서 커피 한잔 사달라고 연락을 드리게 됩니다.


참고로 이 대표님과 저는 평소에 친분이 있었던 사이는 아닌데도 불구하고 연락을 드렸던 거지요.


이 대표님을 처음 1:1로 뵙게 된 시점은 제가 29살 때 갑작스러운 퇴사를 하고, 나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방황하던 시기였는데요.


평소 제가 정말 좋아하던 브랜드 대표님께 함께 일해봤으면 좋겠다고 먼저 용기를 내 메일을 보내면서, 서로 알게 된 사이였습니다.


이때 메일을 보냈던 것도 계획에 있었던 게 아니었어요. 정말 충동적으로 연락을 드렸었던 터라 맞춤법은 파괴되고, 정말 저의 우울하고 지질한 모습을 듬뿍 담은 메일을 보냈었는데요.


일단 제 이야기를 외면하지 않고, 만나서 커피를 한잔 사주신 다정한 분이었습니다.


다만 실제로 그 뒤로 일을 서로 함께 하거나 특별한 교류도 없었는데요. 그런데 왠지 모르게 퇴사하기 전날 저는 그분이 머릿속에서 번쩍 떠올라, 충동적으로 연락을 드렸던 건데, 또 놀랍게도 이걸 흔쾌히 받아 주셨던 겁니다.


사실 저는 연락을 드릴 때도 특별히 할 말이 없었어요. 옛날처럼 저의 우울하고 지질한 이야기를 할 생각도 없었고요. 그냥 단지 그분이 너무 뵙고 싶었습니다.


지금에 와서 회고를 해봐도, 정말 저의 퇴사 수순도 그렇고, 이 대표님을 뵙게 된 과정도 그렇고 뭔가 논리적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일들이었습니다. 다만, 제가 저 자신에게 솔직해지고 용기를 내기 시작하자, 뭔가 알 수 없는 어떤 큰 흐름의 수순대로 너무나 자연스럽고 매끄럽게 진행되었지요.


이렇게 거의 2년 만에 그분을 마주하게 됩니다. 


만나기 직전까지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다, 그분을 앞에서 뵙게 되자, 비로소 제가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 스스로 알아차리게 됩니다.


간단한 사담을 나눈 뒤 그분에게 처음으로 꺼낸 저의 본심은


“사실은 저는 굉장히 오랜 시간 동안 대표님을 질투하고 있었습니다”


라는 정말 뜬금없는 고백이었습니다.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까지 입니다. 


제가 제 마음을 살펴보기 시작한 시기에 자꾸 "LET GO" 한국어로는 "놓아버림"이라는 단어가 이상하게도 눈앞에 자주 띄었습니다. 


심지어, 이 시기에 세계적인 영적 스승이자, 정신과 전문의인 데이비드 호킨스 박사님의 "놓아버림"이라는 책을 추천받게 되었는데요. 


이 책의 초입에는 아래와 같은 구절이 등장합니다. 


해결책은 답을 찾는 것에 있지 않고 문제의 밑바탕을 원래대로 돌리는 것에 있다. 

놓아버림 | 데이비드 호킨스, 박찬준 저


이때 문제의 밑바탕, 그러니까 솔직한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도구로 감정을 활용해야 한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결국 인간이 하는 모든 행동들은 특정 감정을 느끼기 위해 하는 경우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데이비드 호킨스 박사님이 가르쳐주신 감정 기제를 놓아버리는 방법들을 통해 제 자신에게 더욱 솔직해지고, 그동안 삶에서 일어났던 문제의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알아차리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정신과 의사답게 굉장히 논리적으로 구체적으로 서술되어 있으니, 시간이 괜찮으실 때 읽어보시길 꼭 추천드립니다. 



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682000278






이 이야기는 매주 토요일에 개인 이메일로도 발행해 드리고 있습니다. 혹시 이메일로 받아보길 희망하시면 아래 링크로 접속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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