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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신의 이유 Oct 29. 2022

엄마바라기



나는,

이토록 간절하게

누군가의 시선을 갈구해본 적이 있나.


​생각해보면 대답은 “없다.”


​아이는 요즘 내 시선이 다른 곳에 머무는 것이 싫어 잠시 바닥을 닦는 동안에도 무릎으로 기어 올라온다.

​이름을 불러주면 너무나 해맑게 웃고,

그 목적 없는 웃음은

이미 넘쳐버린 내 사랑을 더욱 끓어오르게 만든다.


​청소기를 돌리면 청소기를 따라오고

이유식을 만들기 위해 부엌으로 가면

어느새 기어와 바닥에 씻어 내려둔

냄비 손잡이를 잡고 놀고 있다.


​아이의 눈 속에 온종일 내가 산다.


​올려다보는 시선

내려다보는 시선 속에

무언가가 슥 오고 슥 가는데

그것은 아마도 사랑이겠지.


​아이는 하루하루 더 아름답게 피어나고

그 생기 있는 얼굴로 지친 나를 깨운다.

힘들다고 생각했다.

혼자 있고 싶을 때도 많았다.

사소하고 평범한 것들이 그리웠다.

가끔은 울기도 했다.

그런데, 아이가 내 앞에서 까르르 웃는 모습

그 얼굴 하나만으로 완벽하게 무장해제.

쏟아지는 연둣빛 시선에 맥없이 녹아버린다.


​아이의 시선을 갈구하는 건 이제, 바로 나.


​엄마 눈을 봐줘,

엄마에게로 와줘.

엄마랑 마주 보고 웃어줘,

엄마를 사랑해줘.

품 안에서 곤히 잠든 아이를 조심스레 내려두고

오랫동안 눈으로 하는 인사.

“고마워, 날 엄마로 만들어줘서.”

“정말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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