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낮잠 시간.
곤히 잠든 아이를 눕혀놓고
밀린 설거지를 하려 일어서려는데
이상하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아이는 분명 잠들어 있는데
누군가 뒤통수를 잡아당기는 느낌.
그 알 수 없는 느낌에
안경을 옆에 내려두고
소리 없이 아이 옆에 누웠다.
내가 몸을 내려놓자마자
아이가 또로록 몸통을 굴리더니
기다렸다는 듯
내게 다가와 착 붙는다.
코 앞에 마주한 아이의 얼굴.
어디 하나 예쁘지 않은 곳이 없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언제나 사람의 곁에 놓인다.
부모의 곁에, 남편 혹은 친구의 곁에
하지만 그 곁과 곁 사이
절실함의 농도는 모두 다르다.
지금, 이 순간.
이 아이만큼 내 곁이 절실한 사람이 있을까.
지금, 이 시간.
나만큼 이 아이의 곁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정답은, 오직 우리 둘만이 안다.
점심도 거른 채
설거지도 다 미룬 채
아이의 곁에서 퍼져 나오는 따스한 온기를
허겁지겁 주워 담는다.
달콤 짭짤한 아이의 들숨, 날숨에
간이 딱 맞다.
허기진 마음이
볼록하게 채워지던 그 순간.
갑자기,
다리 하나가 내 몸에 턱 하니 걸쳐진다.
제법 묵직한 느낌,
고개를 들어 그 짤막한 다리를 들여다보곤
혼자 큭큭 웃는다.
혹여나 아이가 깰까
손바닥으로 입을 가린 채
혼자 큭큭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