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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신의 이유 Sep 23. 2022

곁에서


아이의 낮잠 시간.

곤히 잠든 아이를 눕혀놓고

밀린 설거지를 하려 일어서려는데

이상하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아이는 분명 잠들어 있는데

누군가 뒤통수를 잡아당기는 느낌.

그 알 수 없는 느낌에

안경을 옆에 내려두고

소리 없이 아이 옆에 누웠다.

내가 몸을 내려놓자마자

아이가 또로록 몸통을 굴리더니

기다렸다는 듯

내게 다가와 착 붙는다.

코 앞에 마주한 아이의 얼굴.

어디 하나 예쁘지 않은 곳이 없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언제나 사람의 곁에 놓인다.

부모의 곁에, 남편 혹은 친구의 곁에

하지만 그 곁과 곁 사이

절실함의 농도는 모두 다르다.

지금, 이 순간.

이 아이만큼 내 곁이 절실한 사람이 있을까.

지금, 이 시간.

나만큼 이 아이의 곁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정답은, 오직 우리 둘만이 안다.

점심도 거른 채

설거지도 다 미룬 채

아이의 곁에서 퍼져 나오는 따스한 온기를

허겁지겁 주워 담는다.

달콤 짭짤한 아이의 들숨, 날숨에

간이 딱 맞다.

허기진 마음이

볼록하게 채워지던 그 순간.

갑자기,

다리 하나가 내 몸에 턱 하니 걸쳐진다.

제법 묵직한 느낌,

고개를 들어 그 짤막한 다리를 들여다보곤

혼자 큭큭 웃는다.

혹여나 아이가 깰까

손바닥으로 입을 가린 채

혼자 큭큭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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