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당신의 이유 Sep 23. 2022

곁에서


아이의 낮잠 시간.

곤히 잠든 아이를 눕혀놓고

밀린 설거지를 하려 일어서려는데

이상하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아이는 분명 잠들어 있는데

누군가 뒤통수를 잡아당기는 느낌.

그 알 수 없는 느낌에

안경을 옆에 내려두고

소리 없이 아이 옆에 누웠다.

내가 몸을 내려놓자마자

아이가 또로록 몸통을 굴리더니

기다렸다는 듯

내게 다가와 착 붙는다.

코 앞에 마주한 아이의 얼굴.

어디 하나 예쁘지 않은 곳이 없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언제나 사람의 곁에 놓인다.

부모의 곁에, 남편 혹은 친구의 곁에

하지만 그 곁과 곁 사이

절실함의 농도는 모두 다르다.

지금, 이 순간.

이 아이만큼 내 곁이 절실한 사람이 있을까.

지금, 이 시간.

나만큼 이 아이의 곁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정답은, 오직 우리 둘만이 안다.

점심도 거른 채

설거지도 다 미룬 채

아이의 곁에서 퍼져 나오는 따스한 온기를

허겁지겁 주워 담는다.

달콤 짭짤한 아이의 들숨, 날숨에

간이 딱 맞다.

허기진 마음이

볼록하게 채워지던 그 순간.

갑자기,

다리 하나가 내 몸에 턱 하니 걸쳐진다.

제법 묵직한 느낌,

고개를 들어 그 짤막한 다리를 들여다보곤

혼자 큭큭 웃는다.

혹여나 아이가 깰까

손바닥으로 입을 가린 채

혼자 큭큭 웃는다.

이전 21화 가정보육, 아이가 달라졌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