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loriaMJ Mar 31. 2021

눈물의 생일파티

66살과 5살

지난주 금요일은 엄마 생일이었다.

평일이지만 두 딸들은 근태를 조절해 오후시간을

엄마랑 같이 보냈다.

장소는 동네어귀에 간판없이 자리한 와인비스트로.

혼자 와인 두세병을 먹던 왕년의 나는 어디로,

내츄럴와인 한병을 셋이 나눠 먹으며

오후의 햇빛을 즐겼다.

생일이지만 엄마는 일곱시에는 집엘 가야했다.

치매걸린 아빠가 데이케어 센터에서 돌아올 시간이라.그것도 특별히 부탁해 평소보다 귀가를 두시간

늦춘거였지만, 딱히 2차를 갈 여유도 없이 엄마는

부랴부랴 집에갔다.


근처에 있는 동생신혼집에 들러

무알콜맥주를 먹으며 펜트하우스2를 다시보기하는데 마음이 너무도 여유롭고 좋다는 사실에 놀라며

나도 주섬주섬 아들을 재우러 집으로 향했다.


사위.손자가 다모인 거국적 파티는 역시 휴일.

교대근무를 해야하는 동생의 출근전까지

카운트다운.

풍선을 붙이고,너무 바람을 많이 넣어 터져버린

해피버스데이의 y는 쭈글쭈글했지만 아무런 문제가 되지않았고..산이가 누른 폴라로이드 사진엔

산이의 통통한 오른쪽볼만 나왔지만 노플라블름.


당신 생일상을 도대체 언제까지 직접 만드셔야 하실진 모르겠지만 엄마가 만든 잡채와 불고기는

우리모두를 행복하게했다. 매부가 직접 만들었다는

미역국은 동생이 쏟아버려 한냄비가 한그릇이 되었지만 역시나 미역국의 기본을 지킨 맛이었다.


산이는 반주에 맞춰, 생일노래를 불렀는데

'사랑하는 하알머니~'부분의 삑사리마저 귀여웠다.


그때였다. 아빠기 갑자기 울었다.

보통때라면 자꾸 나간다고 하고

화장실 슬리퍼를 감추다가

끊임없이 뭔가를 드셨을텐데

갑자기 이 모든 상황과 맥락을 다 이해라도

한다는듯 감동에 겨운 눈물을 흘렸다.


산이를 봐도,볼때마다 누구냐고 이쁘다고

많이 컸다고 하면서 못 알아봤는데

그날은 어여삐 어루만지고 안아주었다.


산이는 아빠를 무서워했는데

"산아,할아버지는 무서운게 아니고

너를 엄청 사랑하시는데 조금 아프신거야"라고

알려주었더니

손하트도 날려주었다.


두번의 뇌수술,그보다 더 잦은 개흉수술로

40이 갓넘은 나이부터

반신으로만 살아온 아빠. 그 다리는 갈수록 말라서

때때로 자주넘어지지만

그덕에 산이가 세상 사람들의 다양한 신체에 대해서 생생히 알수있다고 생각하면 많이 슬프지만은 않다.


부쩍 영어로 숫자말하기에 꽂힌 산이가

할머니할아버지는 식스티식스.산이는 파이브라고

흥얼흥얼거린다. 버짐이 피고 잘펴지지않는

왼손으로 아빠가 산이를 꼬옥 안아준다.


폴라로이드 처럼 가슴에 남을

눈물의 생일파티였다.

이전 11화 자연스럽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