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지? 육아휴직 하니까 어때? '소명학교'라는 게 있는데 추천해주고 싶어서 연락했어.
입사 동기 형에게 연락이 왔다. 가족 돌봄 휴직 3개월 동안 형의 추천으로 소명교육개발원에서 '소명지도사 2급' 과정을 수료했고, 홧김에 회사를 때려치우려 했을 때도 형의 조언으로 육아휴직이라는 비교적 안전한 카드를 선택할 수 있었다. 내가 형을 신뢰하는 만큼 형의 추천이라면 마다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조금 고민이 되었다.
육아휴직으로 수입이 확 줄어든 상황에서 예정에 없던 지출은 부담일 수밖에 없었다. "신앙과 현실 중에 소명교육개발원에서 다루는 소명은 신앙에 좀 더 무게가 있어. 그런데 소명학교를 운영하는 진로와소명연구소는 현실에 좀 더 가까운 소명을 다루거든. 현실적인 고민을 하는 너한테 균형을 잡는 데 도움이 많이 될 거야." 형의 말에 나의 현실을 돌아보게 되었다.
소명지도사 2급 과정을 통해 나의 직업적 소명이 '작가'일 수도 있겠다는 가설을 발견했다. 그것을 검증하기 위해 영업부서에서 전략기획실을 거쳐 사내홍보실로 부서를 옮겼다. 하지만 회사에서 내가 검증하고 싶었던 글쓰기는 할 수가 없었다. 커리어를 포기하면서 소명을 좇아왔는데 뭔가 일이 잘 풀리지 않아 답답했다. 이런 상황에서 실장의 괴롭힘까지 더해지다 보니 결국 육아휴직까지 하지 않았는가.
근본적으로 방향성을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었다. 나는 소명학교 과정에 합류했다. 이 시간이 없었다면 나는 책을 쓰지도 못했고 지금의 나도 없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소명적 삶의 모본이 되는 진로와소명연구소 정은진 소장과의 만남이 내겐 큰 축복이었다. 지금도 나는 거대한 산처럼 느껴지는 정은진 소장에게 코칭을 받으며 하나님이 사람을 통해 어떻게 일하는지를 목도한다.
소명학교에는 네 명의 동기가 모였는데 모두 남자 직장인이었다. 게다가 우리는 가장으로서 책임과 무게에 대해서도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최적의 만남이었다. 우리는 리쳐드 볼스의 <파라슈트>라는 책을 중심으로 각자 자신을 해부하며 진로와 소명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책이 워크북 형태로 되어 있어 혼자서도 시간을 충분히 들이면 자신의 진로와 소명을 알아가는 데 상당히 유익할 것이다.
소명지도사 과정을 통해 TNTQ로 직업적 소명 가설을 세웠다면(08화. "오잉? 나의 소명이 OO라고?" 참고 https://brunch.co.kr/@cpotss2023/278) 소명학교를 통해서는 나의 진로와 소명에 관련된 '꽃잎 7개'를 완성했다. 꽃잎 7개란 '성격'과 '강점', '선호직업환경'과 '선호스킬', '핵심가치'와 '직업가치', 그리고 '소명선언문' 7가지 내용을 마치 꽃송이처럼 한 페이지에 정리한 것을 뜻한다. 당시 정리했던 나의 꽃잎 7개를 공개한다.
꽃잎 7개를 정리하며 크게 세 가지가 마음에 남았다. 첫째, 나는 작가의 삶을 살아야겠다. 소명선언문을 정리하며 결국 나는 삶을 이야기하는 일에 강력히 끌리고 있음을 확신했다. 둘째, 소명은 한 가지가 아니다. 1차, 2차, 3차 소명이 있는데 1차는 하나님과의 관계에서의 소명, 2차는 이웃과의 관계에서의 소명, 3차는 가족과의 관계에서의 소명이다. 나는 소명에도 종류와 순서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셋째, 나는 극과 극을 연결하는 사람이다. 선호스킬을 보면 신속한데 진실되게 소통하고, 민첩한데 체계화하여 일한다고 적혀 있다. 사실 동시에 존재하기 힘든 성질의 것들이 내 안에 공존함을 발견했다.
나를 탈탈 털어서 자기 정리를 마치니 이제는 진짜 작가가 되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치열하게 소명 여행을 하며 why와 what을 발견했으니 본격적으로 how를 찾아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그나저나 내가 진짜 작가가 되겠다고? 참말로 오래 살고(?) 볼 일이었다.
[이학기 반장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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