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중화동 오락실 6

by 추세경

건석이가 학교에서 사라졌을 때 무단 조퇴를 밥먹듯이 하던 동수가 떠올랐다. 5반 담임은 건석이가 한 교시 내내 들어오지 않자 그제야 다급한 척 나를 찾아와 수업 시작할 때부터 없었는지 학생들에게 별 얘기는 듣지 못했는지 등을 물었다. 통화로 그걸 알렸을 때는 별 장난 전화를 받은 경찰관 같은 목소리로 무심한 듯 물어보니 교무실에서 그걸 물어볼 땐 전혀 태도가 달랐다. 사태가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건지 아니면 교무실에 보는 눈이 많다고 느껴서 그러는 건지 이유가 뭐든 그의 달라진 태도가 조금 거북스러웠다. 처음부터, 그러니까 영준과 건석의 사건이 터졌을 때부터 조금 더 일에 주도적으로 개입했으면 이런 생각은 안 했을 텐데 그는 이번 사건에 대해 방관자 같은 태도를 일관했다. 왜 사건이 일어났고 이후에 두 학생이 학교에서 어떻게 적응해야 할지에 대한 관심보다는 사건의 빠른 처리만을 원했다. 건석이 애초부터 불량한 학생이었다고 얘기하고 다니는 것도 5반 담임이었고, 교무 회의를 소집해 건석을 정학시킨 것도 그였다. 겉으로 보기엔 담임으로서 빠른 대응과 일처리였지만 사건의 모든 문제를 건석 만의 문제라는 식으로 몰아가는 느낌이었고, 그럴수록 사건의 본질과는 멀어졌다. 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건석은 과묵하고 조용했지만 누군가를 폭행하거나 괴롭힐 만한 아이는 아니었다. 물론 다른 학생들의 이야기만 듣고 그를 판단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건석이 이런 일을 벌일 만한 사람이었냐,라는 질문에 대해 대부분은 '잘 이해가 안된다'라는 대답이 대부분이었다. 5반 담임의 그런 처세를 비난하고 싶진 않았지만 피해자의 담임으로서, 사건의 진상을 조금 더 알고 싶은 관계자로서, 일을 자꾸 묻고 덮으려는 그의 태도가 거슬리는 건 사실이었다. 한편으로는 건석이 사라진 게 하필 내 수업 때였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고, 자꾸 사고를 만드는 건석에 대해 짜증이 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벌어지는 일들에 보다 더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 같았다. 건석, 영준에게도 그렇겠지만 나에게도 지금의 일들이 어떤 중요한 의미가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들의 세계에 내가 자꾸 엮이는 게 아니라 나 또한 최근의 일들에 또 다른 주인공 같다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그냥 방관만 할 수가 없었다. 내가 움직여야, 극이 진행될 것 같다고 할까.


4교시가 끝나고는 점심시간이었지만 교무부장과 교감선생님께 상황을 설명하느라 점심을 먹지 못했다. 교감선생님은 묵묵히 듣기만 했고 교무부장 선생님은 전후 사정과 사라진 시간 등을 꼼꼼히 물었다. 5반 담임은 곧 전쟁이라도 날 것처럼 무슨 사고를 칠지 모른다느니, 경찰을 불러야 한다느니 했지만 뒤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교감 선생님은 일단 건석이 부모에게 알리고 상의를 해보자고 했다. 교감 선생님의 담담하고 차분한 목소리에 5반 담임은 더 이상의 사족을 붙이지 못했다. 5반 담임은 그 자리에서 건석의 아빠에게 전화했지만 사정이 있는지 받지 못했고 1시간이 지나서야 그와 통화를 했다고 했다. 그는 점심시간이 끝나고 나에게 와서 통화 내용을 말했다. 건석의 아빠는 미팅이었다고, 무슨 일이냐고 물었고, 내용을 듣고는 일단 알겠다고, 오늘 나를 만나기로 했으니 학교로 가겠다고, 가서 이야기하자고 했다는 것이었다. 그를 만나려면 나에게 한 시간이 남아 있었다.


아내에게 답장이 와 있었다. 토요일 아침에 등심을 사러 가자고, 사람이 몰릴 수 있으니 가게 문이 열기 전에 줄을 서있어야 한다고 했다. 아내는 재밌을 것 같다고, 기대된다고 했다. 나는 굳이 줄 서서까지 사 먹어야 하나 싶었지만 그런 말은 하지 않았다. 그래도 그게 뭐든, 아내랑 하는 건 재미있었다. 그러니 괜찮았다. 건석이가 사라졌다는 걸 아내에게 알릴까 했지만 말하지 않았다. 아직 누군가에게 말하기엔 뭔가 상황도 마음도 어수선했다. 조금이라도 정리가 된 뒤에 이야기하고 싶었다. 점심은 맛있게 먹었냐는 물음으로 답장하고 말았다. 아내는 요새 내 신경이 곤두서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이미 나에게 감정적으로 배려를 해주고 있었다. 또 신경을 쓰게 하고 싶진 않았다.


건석이 아빠에게 2시 50분 정도에 전화가 왔다. 학교에 도착했지만 우선 5반 담임을 만나고 나를 만나겠다고 했다. 나는 알겠다고 했다. 교무실에 앉아 있을 때 교무실 뒷문에서 5반 담임이 건석이 아빠와 면담실로 가는 걸 보았다. 건석이 아빠는 진회색 정장에 도트 무늬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키는 평균이었고 체격도 평범해 보였다. 배가 나오거나 너무 마르거나 하지 않아 건강해 보였고 나이를 감안했을 때 관리를 잘해온 것 같았다. 외모상 눈에 띄는 건 체형보다는 얼굴이었는데 그중에서도 벗어진 이마가 눈에 띄었다. 정수리까지 모두 벗어진 건 아니지만 탈모로 이마가 남들보다 반뼘은 넓었다. 벗어진 쪽에 옆머리를 넘겨 덮고 있었다. 하지만 옆머리 숱도 많지 않아 벗어진 머리를 전체 덮을 순 없었고 사이사이 하얀 두피가 보였다. 그것만 해도 눈에 띄었는데 가장 인상에 남은 건 짙은 이마주름이었다. 나이 대비해서도 이마 주름이 짙었는데 주름 중에서도 이마 정중앙의 2줄인 깊게 파여 있었다. 5반 담임과 면담실로 들어갈 때 그는 활짝 웃고 있었는데 '애들 관리를 어떻게 하냐'라는 식의 비난보다는 웃는 얼굴이어서 다행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건석이가 지금 무단 조퇴한 상황인데 아무리 예의상이라 하더라도 저렇게 환하게 웃을 수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5반 담임이야 서비스 마인드로 억지웃음을 짓는다 해도 그 부모가 지금 웃을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30분 정도 지나 둘은 면담실에서 나왔다. 5반 담임은 내 자리로 와서 과하게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건석이 아버님이 오셨다고, 인사드리라고 그를 가리켰다. 그는 교무실 후문 앞에서 있었고 내가 그쪽으로 가서 인사를 하고 악수를 청했다. 그는 악수를 하며 예의 그 미소(아니 웃음이라고 해야 할까)를 지으며 악수를 받았다. 가까이서 보니 옆머리로 가린 윗 이마가 더 휑해 보였고 이마의 주름뿐 아니라 눈가의 주름도 깊었다. 얼굴에 가로 줄이 많다고 할까. 눈가의 주름, 이마의 주름, 이마로 넘긴 옆머리, 얼굴에 가로 줄이 많은 사람, 그게 그의 첫인상이었다.


"안녕하세요, 오윤권입니다." 그가 말했다.


"안녕하세요, 박희원입니다." 내가 답했다. 악수를 하며 그의 눈을 보았다. 그의 눈동자 안의 뭔가가 꿈틀거리는 것 같았다.


"반가워요. 조금 답답해서 그런데, 나가서 이야기할까요? 어디 벤치 같은데 없나요?"


"운동장 스탠드 쪽으로 가시는 건 어떠세요?"


"스탠드는 먼지가 많지 않나요?" 그는 생각을 하듯 입술을 모아 내밀었다.


"아... 하긴 정장을 입으셔서, 좀 불편하실 수도 있으시겠네요. 그러면 학교 앞에 조용한 카페가 있는데 카페는 어떠세요?"


"학교 밖으로 나가면 다시 들어와야 하는데요. 그냥 스탠드로 가시죠" 그는 또 웃으며 말했다.


"네, 그렇게 하시죠"


건석의 아빠와 나는 이야기 대로 운동장 옆 스탠드 벤치에 앉았다. 그는 벤치를 한번 훑더니 정장 안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자리에 깔고 앉았다. 앉아서 운동장에서 체육 수업을 하고 있는 아이들을 좌로 우로 구경했다. 내가 느끼기에 그는 건석의 행방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도 일단 물었다.


"5반 담임 선생님께 들으셨겠지만, 건석이가 4교시부터 보이지 않습니다. 제 수업이었는데 들어오지 않았어요"


"네네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담인 선생님이랑 그 이야기는 충분히 했어요"


"혹시, 건석이랑 연락이 되시는 건가요? 아니면 어디 있는지 아신다든지"


"아 그건 아닙니다. 저는 몰라요"


"그러시군요. 크게 걱정은... 안 하시는 거 같아서요"


"네 잘 보셨습니다. 별로 걱정 안 해요. 다 큰 놈이 가봤자 어디 갔겠어요. 집에만 잘 들어오면 됩니다" 건석 아버지는 말투가 빨랐다. 말이 뒤로갈 수록 더 빨라졌고, 말 끝을 살짝 올리는 버릇이 있었다.


"건석이를 많이 믿으시나 봐요?"


"똑똑한 놈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걱정을 시킨 적이 없어요. 학교를 벗어나고 싶었으면, 벗어나고 싶었을 이유가 있을 겁니다."


오전에 왔던 비가 점심시간에 그쳤고, 지금은 비가 온 만큼 하늘이 파랗고, 공기가 맑았다. 습기를 머금은 시원한 공기가 코를 스쳤다. 잔디 운동장 곳곳에 빗물이 고여 있었지만 학생들은 뭐가 그렇게 좋은지 신나게 공을 차고 있었다. 사이드 백이 상대편 윙의 크로스를 발로 걷어 냈고 그게 우리 쪽 스탠드 방향으로 날아와 아래쪽 스탠드 계단에 튕겨 나갔다.


"왜 저랑 만나자고 하셨나요? 제가 영준이 담임이긴 하지만 아버님께서 저를 보자고 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알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네?”


“건석이가 그런 애가 아니라는 걸 알리고 싶었습니다” 건석이 아빠는 예의 그 미소를 잃고 나에게 말했다.

“그런 애가 아니라는 건…?”


“건석이는 누군가를 그렇게 다치게 할 애가 아닙니다. 그건 제가 알아요.”


“하지만 영준이는 건석이와 있을 때 다쳤고, 건석이의 손에는 영준이를 때리면서 생긴 상처가 남아 있습니다. 그건 아버님도 아실 텐데요”


“그건 저도 압니다. 하지만 건석이가 그런 게 아닐 겁니다. 그러니까 건석이가 자기 의지로 그런 게 아니라는 말입니다.”


“자기 의지로 그런 게 아니라는 건 무슨 말씀이신 건가요?”

“그러니까, 변호사로서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는 건 정말 좋아하지 않지만, 건석이가 자기 의지로 영준이를 때린 게 아닌 것이고, 그러면 어떻게 그랬냐는 거에 대해선, 저도 더 이상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아닌 건, 아닌 겁니다.” 건석이 아빠는 무릎에 손을 얹은 채 검지 손가락을 일정한 간격으로 튕겼다.

“이렇게 말씀드리기 죄송하지만, 혹시 건석이가 정신에 어떤 문제가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아니요. 선생님이 헷갈리실만합니다. 그렇게 물어보실 만해요. 하지만 정신이 이상한다는 것도 아닙니다. 건석이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서 그런 일이 생겼다는 것도 아닙니다. 물론 이 대답이 선생님에겐 더 혼란스러울 거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바로바로 대답하기가 어려웠다. 건석이 아버지가 어떤 얘기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가 단지 건석을 옹호하기 위해 무조건 적인 부정을 하는 건가 싶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태도나 그의 음성이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물론 당장에 겉모습만 보고 그런 판단을 할 순 없지만 적어도 내가 느끼기에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나도 벌써 마흔이 넘었고 교직 생활만 십사 년째하고 있었다. 거짓말하는 학생들을 수 없이 봐왔다는 것이다. 사람을 보는 데 나름대로 경험이 많았다. 그러고 생각해 보니 문득 영준이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건석이를 때린 건 어둠이라는 말, 있는 그대로 해석하자면 영준이도 자기를 때린 게 건석이라고 한 게 아니었다. 건석이 아빠에게 그 이야기를 해야 하나 고민했지만, 하지 않았다. 영준이의 말이 영준이에게 불리한 얘기가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버님. 그러면 영준이를 고소하신 건 왜 그러신 거죠? 건석이 주먹이 다친 게 영준이 때문이라 고소하신 거 아니신 가요? 그건 건석이가 영준이를 때렸다는 걸 인정하시는 거 아닌가요?”


“아 그렇죠. 겉으로 보기엔 그렇습니다. 남들이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어요. 하지만 제가 영준이를 고소한 건 건석이가 영준이를 때렸다고 인정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제가 영준이를 고소한 건 단지 건석이를 보호하기 위함입니다. 건석이가 영준이를 때렸다고 인정해서가 아니에요. 사람들이 그렇게 믿으니까, 일단은 그들에게 건석을 보호하기 위해 그런 거예요. 공격이 최선의 방어다, 뭐 이런 겁니다” 마지막 말을 할 때 그는 다시 눈가의 주름을 드러내며 웃었다.


“네? 그럼 영준이는 무슨 잘못인가요? 맞기만 하고 고소까지 당해야 하는 건가요?”


“저한테 가장 중요한 건 건석이를 보호하는 일이에요. 영준이에 대한 악감정은 없습니다.”


“악감정이 없으시면 고소를 취하하셔야 하는 거 아닐까요? 고소 때문에 영준이가 더 힘들어질 수도 있는데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한테 중요한 건 그게 아닙니다. 영준이를 다치게 하고 싶은 마음도 없어요. 그건 제 의도가 아닙니다. 제가 영준이를 고소한 건 건석이를 지키기 위함이지, 영준이를 공격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이해가 되시나요?”

“의도가 그렇다 하더라도, 결과로는 영준이한테 피해가 가잖아요. 결국은 그게 영준이를 공격하는 것이고요” 나의 목소리가 약간 올라갔다.

“결과로써 그렇게 되는 건 제 관심 밖입니다.”

“저는 아버님의 말씀이 잘 이해되지 않습니다.”


나의 대답에 건석의 아빠는 다시 한번 입술을 앞으로 내밀고 눈을 좌로 우로 굴리며 고개를 두 번 정도 끄덕였다. 그리고는 이내 어렵던 문제의 답이라도 구한 듯 미소를 짓고 나에게 말했다.


“제 말이 이해가 안 되는 건 괜찮습니다. 저는 원래 그런 사람이고, 그런 저를 이해해 달라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건석이가 그런 아이가 아니라는 걸 저는 선생님께 전달했고, 선생님 마음에 어떤 균열이 생겼을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건석이가 무조건에 잘못했을 거라는 그 믿음에 생긴 어떤 균열이요. 그거면 됐습니다.”


“그게 저를 만나자고 하신 이유인가요?”


“네 맞아요. 이 사건 관계자 중 제 말을 조금이라도 알아들을 수 있는 유일한 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만나보니, 제 감이 틀리지 않았다고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그는 자기 신념에 확신이 차 있었다. 그리고 그의 그런 신념, 그런 신념에 대한 태도는 단순히 이번 사건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 그가 삶을 살아가는 하나의 방식으로 느껴졌다. 맞다고 믿으면 절대 양보하지 않는 것, 혹시 그게 틀리더라도 결국은 맞게 만드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기를 방해하거나 자기를 거슬리게 하는 것들에 대해선 그게 어떻게 되든 신경 쓰지 않는 것. 그가 건석을 다치지 않게 하려는 것이 자식인 건석을 사랑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 궁금했다. 그것까진 나도 알 수 없었다. 그리고 내가 그에게 느낀 것들이 틀릴 수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의 마지막 말이 맞았다는 것이다. 그가 건석에 대해 이야기하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그의 확신에 내가 설득된 것인지 아니면 정말 더 알아야 할 진실이 있는 것인지 아직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혹시 그의 말이 틀렸더라도, 이번 사건에 대해선 조금 더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


“일단 알겠습니다. 우선 건석이가 연락이 잘 되었으면 좋겠네요”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 정도로 이야기하고 우리는 헤어졌다. 내가 그를 주차장까지 안내하겠다고 했지만 그는 알아서 가겠다고, 만나서 반가웠다고 나에게 악수를 청했다. 악수를 하고 주차장 쪽으로 걸어가는 그의 뒷모습이 건석이와 비슷했다. 상체의 흔들림은 거의 없었고 허리는 길었고 다리는 짧았다. 다리를 털듯이 걸었고 보폭은 짧았다. 건석이는 어디서 배회하고 있을까, 왜 학교를 나갔을까, 영준이와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keyword
이전 05화중화동 오락실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