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회차에선 촬영자의 안정적인 촬영루틴을 위한 '구도'에 대해서 안내드렸습니다. 카메라 설정방법과 촬영구도가 어느 정도 해결되고 나면, 실내등이 고민거리로 등장합니다. 실내등을 켜고 찍는 게 좋을지 아니면 끄고 찍는 게 좋을지를 고민하게 됩니다. 기술적으론 '화이트밸런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읽어두면 쓸만한 사진이야기 2'에서도 잠깐 언급했듯이 실내등과 자연광이 섞이면 밸런스를 맞추기가 까다로워집니다. 개인의 취향도 작용하는 영역입니다. 실내등의 디자인 표현보다는 마감재 표현과 전체 분위기를 중시하는 디자이너는 실내등을 끄고 찍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고, 빛의 대비로 인한 선명한 사진을 선호하는 디자이너는 디테일한 마감재 표현보다는 첫눈에 보았을 때 쨍한 느낌의 실내등을 켠 사진을 선호하기도 합니다. 좀 더 현실적으로 구분해 보면, 고객의 이목을 집중하게 하거나 잡지등에 홍보를 위한 사진이라면 자연광만을 이용한 촬영이 더 매력적일 수 있고, 실제 시공을 위한 고객상담용이라면 실내등을 켠 상태의 현실적인 세부표현이 잘 된 사진이 더 유리할 수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이번회차에선 참고하실 수 있도록 흐린 날과 맑은 날 실내등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살펴보겠습니다.
실내 등과 흐린 날
인테리어 디자이너 선생님의 스타일에 따라서 실내 등을 끄고 촬영하기를 원하는 분도 있고, 실내 등을 켜고 촬영하기를 원하는 분도 있습니다. 특별한 요청이 없을 경우 저는 현장 상황과 날씨 등을 고려하여 실내 등을 켜기도 끄기도 합니다. 둘 다 촬영하기도 합니다. 아래의 사진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거실을 촬영한 두 장의 사진입니다. (좌) 실내 등을 켜고 찍은 사진이고, (우) 실내 등을 끄고 찍은 사진입니다. 어느 쪽이 더 좋으신가요? 주관적일 수 있습니다. 전체 분위기를 중시하는 경우와 마감재의 색감 및 질감 표현에 중점을 두는 경우에 따라서 그때그때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다만, 실내 등을 켜고 찍은 좌측 사진에서 거실 창 너머 실외를 살펴보겠습니다. 저녁일까요? 어둡습니다. 다시 우측 사진을 보겠습니다. 저녁시간은 아닌 듯 보이죠? 낮 시간임에는 분명해 보입니다. 이날은 비가 오는 흐린 날이었습니다. 오른쪽 사진은 현장에서 볼 수 없는 분위기입니다. 사진촬영으로만 볼 수 있는 분위기입니다. 비 오는 날의 실내는 상당히 어둡습니다. 촬영 당일 비가 오면 종종 연락이 옵니다. 촬영 가능 여부를 묻기 위함이죠. 일반적으로 맑은 날을 더 선호하기 마련입니다. 당연히 풍부한 빛은 좋은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궂은 날씨라고 해서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햇살이 풍부하면 할수록, 반대로 흐리면 흐릴수록, 둘 다 촬영이 까다로워지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분위기가 다를 뿐입니다.
흐린 날은 밝음과 어둠의 대비(contrast)가 줄어서 오히려 촬영에 유리한 면도 있습니다. 물론 모든 환경에 일반화시켜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건물 외부의 조건과 실내 창의 크기와 실내 마감재에 따라서 성공적인 실내촬영이 결정됩니다. 그래서 클라이언트의 요청이 매번 바뀌기도 합니다. "작가님~, 저는 실내 등을 켜고 찍은 사진이 더 좋은 것 같아요~"라고 말하면서 앞으로는 계속 켜고 찍어줄 것을 요청합니다. 하지만 다음 촬영에서는 "어~ 작가님?, 자연광 촬영이 더 좋은 것 같아요!!?"라고 마음이 바뀌기도 합니다. 이것이 바로 일반화해서 촬영하기가 어려운 점입니다. 사진촬영 방법과 후보정 방법을 브런치의 연재글을 통해서 충분히 핵심 기법을 학습할 수는 있습니다. 다만, 안내드린 내용이 피부에 와닿기까지에는 다소 시간과 경험이 필요한 듯합니다. 다시 말해서 상황에 따른 응용력이 필요합니다.
위의 두 장의 사진도 비교해 보세요. 마찬가지로 비 오는 흐린 날에 촬영한 두 장의 사진입니다. 한쪽은 실내 등을 켜고 찍은 사진이고 다른 한쪽은 실내 등을 끄고 촬영한 사진입니다. 지금까지는 대강의 사진 분위기만을 보셨다면 사진을 보는 눈을 훈련하세요. 방법은 전체를 모두 훑어보는 것입니다. 훑어볼 때는 전체의 밝기 정도를 파악하고, 가장 밝은 곳에서 가장 어두운 곳까지 눈을 따라가면서 세부 표현을 확인해 보세요. 앞서 예를 들어 설명드린 바와 같이 거실 사진을 보고, "저는 실내 등을 켜고 찍어주세요~"라고 말했다가도, 부엌의 사진을 보니 "실내 등은 끄고 찍는 게 좋네요~"라고 말을 바꿀 수도 있다는 겁니다. 앞으로 사진을 볼 때는 이 사진이 좋은데?라는 막연한 답변보다는 구체적인 이유를 들어서 사진의 선호도를 표현해 보세요. 구체적인 이유가 생기기 시작한다면 사진을 보는 눈이 달라지고 있는 겁니다.
어느 쪽 사진이 더 좋으세요? 결정 장애는 누구에게나 조금씩 있죠? 결정 장애를 극복하는 방법은 판단의 기준을 세우는 겁니다. 기준을 세울 때 도움이 되는 한 가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사진 전체를 보면서 밝은 곳부터 어두운 곳까지 훑어보면서 디테일(세부 표현)을 살펴볼 것을 추천드렸습니다. 결국 시선의 이동입니다. 시선의 이동에 대해서 기억해 두세요. 1. 가장 밝은 곳에 시선은 먼저 이끌립니다. 2. 그다음으로 선명한 곳에 시선은 머뭅니다. 3. 특정 모양이 있는 곳으로 시선은 이끌립니다. 이렇게 3가지 순서로 우리 눈은 사진을 바라본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를 잘 표현한다는 것은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그 대상에 오래 머물게 하면 되겠군요?! 그렇게 된 사진이 좋은 사진일 수 있겠죠?! 인테리어 촬영을 하면 전기배선이나 콘센트 등을 후보정으로 지워줄 것을 요청받게 됩니다. 왜일까요? 거슬리니까? 그렇겠죠? 시선은 특정 모양이 있는 곳으로 이끌리기 때문입니다.
실내 등과 맑은 날
아래 사진은 모두 실내 등을 켜고 찍은 사진입니다. 오히려 이렇게 맑은 날 실내 등을 켜고 촬영을 하게 되면 안과 밖의 밝기의 편차를 줄여줄 수 있어서 도움이 됩니다. 직사광이 거실로 비추는 분위기를 선호하는 디자이너도 있는 반면에 바닥재 표현이 부족한 강한 햇빛을 싫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직사광이 어느 정도 실내로 유입되는지에 따라서도 판단을 해야 합니다. 링크된 포스팅의 사진과 비교해 보세요. 맑은 날 실내 등을 끄고 촬영한 사진 포스팅 보러 가기(읽어두면 쓸만한 인테리어 사진 이야기 1) 이번 촬영에서 실내 등을 켜고 촬영하는 게 좋아 보였다고 맑은 날이면 모두 실내 등을 켜고 찍는다고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표현하고자 하는 전체 분위기에 따라서도 달라지지만 마감재뿐만 아니라, 입주 후 촬영이라면, 실내 인테리어 구성품들에 따라서도 달라집니다. 아파트 실내 등은 대부분 비슷하지만, 실내 등의 빛의 색과 모양에 따라서도 고려할 사항은 늘어납니다. 실내 등과 자연광을 동시에 촬영하는 경우는 후반작업을 할 때 빛(Color of light)을 잘 조정해서 마무리해야 합니다. (화이트밸런스뿐 아니라, 색조 역시 통제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초심자를 위한 선택
인테리어 촬영에 아직 초심자이고 후보정 단계에서 화이트밸런스와 색조 통제에 아직 미숙하다고 판단된다면, 실내등을 끄고 안내드린 방식으로 브래킷 촬영을 먼저 실습해 보세요. 실내등을 끄게 되면 실내등의 배치 및 디자인에 대한 아이디어를 고객에게 전달하는 데는 불리하지만, 전체 분위기를 비교적 매력적으로 사진으로 담아낼 수 있을 겁니다. 모객을 위한 촬영에는 성공하실 겁니다.
브래킷 촬영은 DR범위를 끌어올리는 HDR촬영법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기억하시죠? 흐린 날이라고 두려워마시고, 강한 햇살에 노출값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지 마세요. 카메라가 생각하는 적정노출 기준으로 여러 장 브래킷 촬영해서 병합하도록 하겠습니다. (브래킷 촬영 어떻게 하는지 다시 한번 살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