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은 몇 살이에요』
『숲은 몇 살이에요』샤를린 콜레트 지음, 지연리 옮김, 40쪽, 머스트비, 2022
『L’Age de la foret』(2022)
내 아버지는 산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본업이 무색하게 직장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낸 곳이 산이었다. 언제라도 산에 오를 수 있는 옷차림과 마음가짐으로 일을 했고, 덕분에 그의 아이들은 사시사철 아름다운 산의 모습과 그곳을 사랑하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가슴에 담았다. 평소엔 무섭고 엄한 아버지였지만 산에서만큼은 자상하고 너그러웠다. 그래서일까? 내게 자연은 모든 것을 감싸 안는 아버지의 모습으로 남아 있다. 어린아이에게 푸른 나무로 가득 찬 그곳은 너무도 거대했고, 언제나 변함없는 존재였다. 『숲은 몇 살이에요』 표지에 그려진 커다란 나이테는 어릴 적 나와 아버지 그리고 산의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우리가 보낸 시간도 저 나이테 속 어딘가에 쌓여있을 것만 같다.
자신의 생일 케이크에 쓸 산딸기를 따려고 아마는 할아버지와 함께 숲으로 간다. 이제 막 여섯 살이 된 어린 소녀는 숲 속 나무들을 보며 궁금한 게 많다. ‘어떤 나무가 제일 클까?, 가장 큰 나무는 몇 살일까?, 나무의 나이는 어떻게 알지?, 그러면 숲은 몇 살일까?’ 손녀딸의 궁금증에 할아버지는 나무의 시작과 끝, 그리고 다시 새로운 생명의 재탄생으로 이어지는 숲의 숨겨진 이야기를 들려준다. 둘은 세상 누구보다도 가장 나이 많은 나무에 올라, 우리가 사는 세상을 바라본다.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제작자이기도 한 샤를린 콜레트는 숲과 나무, 자연의 순환에 대한 논픽션 그림책을 동화 같은 글과 그림으로 만들었다. 할아버지와 손녀 아마의 대화를 통해 식물의 성장, 포식자로부터 방어하는 방법, 나무의 수명과 나이테를 세는 법 등을 자연스럽게 독자에게 알려준다. 인간의 나이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어마어마한 숲의 나이 8000년. 작가는 세대를 초월한 자연과의 조화로운 교감을 통해 숲의 생태계를 시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세로로 긴 판형은 숲과 나무를 그려내는데 너무나 잘 어울린다. 앞뒤 표지를 펼치면 중앙에 빛나는 황금색 나이테가 한가득 채워져 있다. 그 옆에 작은 점처럼 보이는 아마와 할아버지. 어른이든 아이든 큰 나무 옆에서는 둘 다 한없이 작은 존재로 보인다. 매 페이지마다 이들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보는 것 또한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한다. 아이의 생일을 맞아 시작한 하루에서 밤까지 이어지는 이야기는 생명의 탄생과 끝 그리고 다음날 다시 해가 뜨듯 새로운 시작으로 이어짐을 보여주는 구조와 맞닿아 있다. 면지 앞뒤 역시 숲의 아침과 저녁으로 표현되었다.
작가는 이야기를 통해 모든 생명은 탄생과 죽음이 있지만 “영원히 사는 나무”처럼 끝없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자연은 그 모든 것을 지켜보고 홀로 기억하고 있다. 커다란 나무 아래서 아마의 생일을 축하하는 모습이 담긴 마지막 페이지가 인상적이다. 앞으로 숲이 보고 기억할 모습은 크고 작은 동식물들과 인간이 조화롭게 어울려 사는 삶의 장면들이길. 글과 그림에서 느껴지는 작가의 따스한 시선과 함께 그렇게 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