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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요 Oct 21. 2020

내 마음이 지옥 같을 때를 위한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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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람이 울리는 아침, 눈을 좀처럼 뜰 수 없다. 밤새 누가 내 몸을 두들겨 팬 것처럼 쑤신다. 일어나자마자 우울한 생각이 든다. 더는 뜸 들일 시간이 없을 때까지 버티다 일어난다. 겨우 아침을 챙겨 먹고 집을 나서니 목덜미가 당기는 기분이 든다. 만원 버스에 지하철까지 타고 회사에 도착. 정신을 바짝 차리기 위해 오자마자 커피 믹스를 탄다. 아주 잠깐 정신이 든다. 밀린 메일들을 열어본다. 요즘 좀처럼 집중이 되지 않는다. 몰래 음악을 듣기도 한다. 소음이 있어야 어떤 일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의 실수도 잦다. 예전엔 열심히 일했던 것 같은데, 요즘 내가 나 같지 않다. 회사를 나와 지친 걸음을 억지로 내디디며 집에 겨우 도착한다. 정말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도 싫다. 그다지 힘든 일을 한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지치는지 알 수가 없다. 이젠 생리 기간이 아니어도 미친 듯이 힘들다. 밤이 되면 우울하고 눈물이 난다. 나는 왜 이렇게 살고 있을까? 지옥 같은 하루하루에 맘 둘 곳이 없어 베갯잇을 적신다….     


  1년 전 내 이야기를 적어봤다. 이런 생활이 너무 오래돼 별로 어렵지 않게 글이 써졌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했던 날들이다. 이대로 계속 지냈다면 나는 어디로 향해 있을까? 지금 내가 존재하고는 있을까? 소름이 돋는다. 내 마음이 지옥 같은 상황은 퇴사했다고 쉬이 좋아지지는 않았다. 펜데믹 상황이 오면서 더 깊은 감정의 늪으로 빠져들기도 했다. 지옥 같은 상황이 지속 되면 나는 소멸하는 것일까? 내 경우는 아니었다. 나는 오히려 이런 삶의 나락을 경험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 시기가 없었으면, 만성적인 우울감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아주 심하게 아파보니 경각심도 갖고 벗어날 수 있는 면역도 생겼다. 겪던 중에는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이 시기를 걷고 있는 이들에게 이야기해주고 싶었다. 그런 때가 있어야 당신도 산다고. 용기를 냈으면 좋겠다. 포기하지 말라는 이야기는 됐고 그 상황에 충분히 나를 던져보시라고 말이다.     


  극단적인 생각이 들 때는 정말 무슨 일이라도 저질러 버리고 싶을지 모른다. 나는 그럴 때마다 나 자신을 연민했다. 이런 구구절절한 내 감정을 어디에다 얘기할 데가 없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다. 늦은 밤 절친에게 전화해서 털어놓을 수도 없고, 이런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은 결국 나 자신밖에 없다. 그럼 그냥 이야기하면 된다. 조금 미친 사람 같아도 스스로에게 내 이야기를 해보자. 나는 글로 써보는 걸 추천한다. 두서없이 쓰거나 악필이어도 그냥 막 적는 거다. 내가 이러했는데, 어떻더라. 감정을 적어도 좋다. 내 감정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고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아주 소중한 순간이니까. 용기 내서 내 이야기를 자신에게 해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실컷 운다. 정말 우는 게 지겨울 만큼 펑펑 울었으면 좋겠다. 울다 보면 스스로 청승맞다고 느껴질 순간이 오기도 하는데 그때는 약간 웃기기까지 하다. 감정의 늪에서 조금 벗어난 순간이 온 것이다. 눈물이 오늘 내게 쌓였던 감정의 쓰레기 더미 위를 쓸고 지나간 거다. 그럼 한결 나아진다. 오늘을 비워내고 내일을 담을 새로운 그릇이 만들어진다. 그럼 이제 자면 된다. 실컷 운 덕에 기력도 없다. 퉁퉁 부은 두 눈이 자장가 역할을 한다. 금방 곯아떨어지고 아침에 일어나면 생각보다 가벼운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새로 시작하면 된다. 내가 괜찮아질 때까지 반복해도 된다. 내가 비워내면 비워낼수록 내 마음에 빈칸들이 자리 잡는다. 빈칸이 많아질수록 나는 괜찮아진다. 새로운 무언가를 할 여유가 생긴다. 그 순간을 위해 오늘 열심히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나를 연민해준다. 그거면 된다.    

 

  나는 이 과정을 2년간 해온 것 같다. 처음에는 의식하지 못한 채로 나중에는 그저 내 감정에 나를 맡겼다. 이래서 혼자만의 시간이 중요하다고 하나 보다. 나 혼자일 때 가장 솔직해진다. 그 모습을 확대경을 들여다보듯 샅샅이 살펴보길 바란다. 정말 울길 바란다. 당신 같은 사람이 많으니까. 당신만 그런 것이 아니니까.

 


[그림 위를 걷는 고양이처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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