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그만 둘 생각을 하자 당연히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돈’이었다. 사실 나는 퇴사 후 쓸 예산을 일부 가지고 있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아프리카에서 버티고 또 버티다 결국 차를 구매하면서(당시 남아공에서 자동차가 없다는 것은 곧 스스로 갈 수 있는 곳이 없다는 뜻이었다.)이 십 대 후반의 나는 치기 어린 다짐을 하나 했었다.
'내가 이곳을 떠나기 전에 하마(나는 내 첫 차를 ‘하마’라고 불렀다. 돈 먹는 하마...)를 팔고 그 돈은 이 아프리카에서 여행하는 데 사용하리라.'
하지만 그 당시 나는 여행, 긴 이동 따위에 질려버려 자동차를 판 돈을 고스란히 저축 통장에 넣어둔 상태였다.
하마와 이별한 지도 벌써 4년이 지났다. 이제 그 돈이 필여한 시점이다. 다시 그걸 꺼내서 필요할 때 쓰는 거야,라고 생각하니 조금 안도가 되었다. 가끔은 본인만 이해 가능한 자기 합리화가 필요할 때가 있다.
스물여덟의 내가 서른둘의 내게 수고했다고 건네는 선물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때처럼 마음이 편했다는 말은 아니다. 나이도 먹고 월급도 그때보다 조금 더 늘었지만, 걱정과 불안감은 그 곱절 이상으로 커졌으니까.
조금 더 솔직해지자.
사표를 내기 두 달 전부터 은행 잔고를 수시로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고 사표 제출 후 두 달은 불안감이 점점 증폭되었다. 하지만 마지막 두 달은 (우리 회사는 3개월 전 노티스가 원칙이었고, 매니지먼트의 요청으로 한 달 더 머물러서 퇴사까지 총 4달의 시간이 있었다.) 신기하게도 마음이 점점 편해졌다.
동시에 이 소중한 시간을 돈 걱정 때문에 조금이라도 망치지 않기 위해 돈에 대한 실험과 나에 대한 실험을 진행했다.
다음 편에서는 두 가지 실험 내용 중 첫번째, 돈에 관한 - 반쯤짜리 성공담과 완전한 실패담을 공유해보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