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를 하고 싶어, 은퇴하면 - 해야지”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인터넷 속 사람들뿐 아니라 내 주변인들을 포함해서 말이다. 특히 환갑이 지나서도 본인의 일을 놓지 않는 엄마에게 그 말을 가장 많이 들었던 것 같다. 그러면 나는 되묻곤 했다.
"엄마, 은퇴 후에 뭐 하고 싶은데?" 답은 항상 비슷했다.
"여행하고 운동하고 등산가고 사우나 가고 할 건 많지!"
사실 우주여행 같은 거창한 건 없었다. 지금도 여행을 갈 수 있고, 운동하고, 등산을 가고, 사우나도 가는데, 저 말의 진짜 의미는 무엇인가?
의무감에서 오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일상을 누리고 쉬고 싶다는 말인 것 같았다.
집도 없고, 차도 없고, 결혼도 안 했고, 돌볼 사람도 없고 - 무엇보다 보험료, 할부금, 약정 등에 매달 무조건 내야 하는 돈(빚)이 없는 2018년의 나는 부유한 은퇴자의 생활을 더 빨리 해볼 수 있겠다, 50-60살 때까지 그걸 미루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강하게 밀려왔다. (아, 궁극적으로는 최대한 오래 일도 하고 돈도 벌고 사회 속의 구성원으로서 다양한 관계를 맺으며 살고 싶다.)
엄마에게 질문을 하면서 나도 내가 은퇴 후 하고 싶은 것들을 생각해 보았다.
돈 걱정이 (많이) 없고, 시간이 많다면 뭘 하고 싶은가. 그리고 내가 원하는 라이프스타일에 돈이 엄청나게 많이 필요하지 않다면 굳이 20-30년을 더 미룰 필요가 있겠는가.
여기까지 생각이 들자 그 생활을 하루라도 빨리 경험해보고 싶었다.
내 결론은 간단했다.
지금은 시간도, 여유도 없다. 그렇다고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니다.한동안 그 교환을 멈추는 게 결코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다.
그렇게 나는 머릿속으로 그리던 일상에 채색을 하고 이런저런 실험을 해보며 7개월을 시간 부자로 살아보게 되었다.
아, 퇴사 전 꼭 해야 할 것이 있었다. 바로 '돈'과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조금 더 구체적인 실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