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일자리는 더 불평등해진다
인터뷰에 앞서 어떤 사회 구조에서 이주라는 사건이 발생했는지 살펴보려 합니다.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시대의 변화를 말하지 않고서 개인의 삶의 변화만을 이야기 할 수 없으니까요.
성평등의 관점에서 살펴보면, 세종시는 17개 광역시도군 중에서 경력단절여성 비율만 상위권일 뿐만 아니라, 성별 임금격차 2위, 고등교육기관 여성 진학률 2위입니다. 공부한 여자들이 밀려나는 현상은 이 곳에서 더 도드라집니다
행복청의 출범 | 2006년 1월에 신설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은 수도권의 과도한 집중에 따른 부작용을 시정하고 국가균형발전 및 국가경쟁력 강화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사업목표는 세종시 인구 50만 명을 달성해 자족도시 완성하는 것이며 총사업비는 22.5조 원이다.¹
중앙행정기관 이전 | 2012년 9월 국무총리실을 필두로 중앙행정기관들의 이전이 시작됐다. 43개의 중앙행정기관, 15개의 국책연구기관이 이주를 완료하며 마무리됐다.²
세종특별자치시 | 2012년 7월 출범한 세종시는 정부 직할의 17번째 광역자치단체다. 관할 구역은 연기군 전역과 공주시, 청원군 일부를 흡수했으며 서울의 4분의 3 크기다.
세종시 위치 | 충청권의 중심부에 위치하며 동은 충청북도 청주시, 서는 충청남도 공주시, 남은 대전광역시, 북은 충청남도 천안시와 경계를 이루고 있다.³
세종시의 인구 변화 | 2020년 9월 기준 34만 8천 명이다. 남성은 49.9%, 여성은 50.1%의 비율을 보였다. 세종시 출범한 2012년 이후 약 200% 증가했다. 서울 강북구 인구인 30만 명 보다 많고, 대전 유성구 인구인 35만 명보다 조금 적다.
세종시 인구 특징 | 2020년 기준, 세종시 평균 나이는 36.2세로 전국 평균 41.8세 대비 5.6세 낮아 전국에서 가장 젊은 도시로 손꼽힌다. 또한, 0~19세 인구 비중은 26%(서울 12%)로 세종 인구 4명 중 1명은 유소년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에 고령인구비율은 9.38%(전국 15.48%)에 불과해 전국에서 가장 노령화지수가 낮은 도시다.⁴
세종시 인구 이동 특성 | 시도 간 전입자 연령대는 남녀 모두 30대 비율이 가장 높다. 이전 거주 지역 1위는 대전, 2위는 경기도이다. 시도 간 전입 사유는 1인 가구의 경우 ‘직업’이 가장 높으며, 2인 이상 가구에서는 ‘주택’이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직업 때문에 이주한 1인 가구는 가족 구성원이 특정한 이유로 인해 장기간 별거 생활을 하거나 출타가 빈번한 가족 형태인 ‘분거 가구(소위 주말부부)’를 포함한다.⁵
최근 2년 세종시 주요 정책⁶ | ① 행정수도 기반 마련 (국회 세종의사당 설계비 20억 원 확보) ② 스마트한 경제도시 조성 (자율주행차 산업 기반 조성, 네이버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유치) ③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2년 만에 16개에서 52개소로 증가)
세종시 출산율 | 2019년 출생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92명으로 역대 최저를 갱신하고 있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나타낸 지표이다. 세종시의 합계출산율은 1.47명으로 시도 중 전국 2위이다.⁷
세종시의 고용률과 비경제활동인구 | 세종시 경제산업국 일자리 정책과의 목표는 2020년 67.5% 고용률 (15~64세)을 달성하는 것이다. 여성고용률(15~64세)은 2019년 기준 51.4%이었다. 비경제활동인구는 10만 1천 명으로 2019년 상반기 기준 남성의 비경제활동비율은 32%, 여성은 63%였다.⁸
구인-구직 간의 미스매칭 | 경영, 회계, 사무직 등 지속적인 구직난은 심화되고 있으며, 돌봄 서비스(간병/육아)을 포함한 서비스직에서 구인인원이 크게 늘었다.⁹
<세종시 성평등 목표 수립을 위한 연구>에 수록된 17개 시도 중 각 부문별 세종시 순위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경제활동 분야
• 경제활동참가율 15위
• 성별 임금격차 2위
• 상용근로자(정규직) 여성 비율 14위
교육/직업 훈련 분야
• 평균 교육년수 2위
• 고등교육기관 여성 진학률 2위
보건 분야
• 건강한 삶의 질 여성 점수 14위
• 건강검진 여성 수검률 5위
• 여성스트레스 인지율 2위
가족 분야
• 가족 관계 여성 만족도 2위
• 육아휴직자 남성 비율 6위
세종시는 균형발전 행복도시를 목표로 세워졌습니다. 세종시는 지역의 균형 발전을 넘어, 일자리 불균형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까요? 성별에 상관 없이 누구나 행복하게 일하고 살 수 있는 도시가 될 수 있을까요? 대전세종연구원 연구위원이자 여성/아동 정책 연구자, <일할 수 없는 여자들 - 공부한 여자들은 왜 밀려나는가>의 저자인 최성은 박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세종시 성평등 현황 분석에서 여성의 일자리 관련 지표들은 17개 시도 중 ‘하’ 그룹에 포진되어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최성은 연구위원은 세종이 다른 도시에 비해 고학력 여성들이 많지만, 성별 임금 격차도 높고 정규직 비율이 낮다는 것을 주목하며, 여성이 일을 하더라도 시간제 일자리나 아르바이트 등 임금이 적은 일자리에 종사할 확률이 높다는 의미라고 덧붙였습니다. 배우지 않으면 핵심 노동 시장에 진입하기가 불가능하기에 여성은 더 많이 배웁니다. 그러나 노동 시장에서의 여성의 입지는 불안정합니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불리는 구조적인 성차별 문제는 세종 지역에서 더욱 뾰족하게 드러났습니다.
“더 많이 배우면 여성의 고용 소외 문제는 해결될까요? 답을 찾기 위해 남녀의 비활동 격차라는 지표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비활동이란 고용되지 않았거나 일자리를 찾지 않는 상태로, 남녀의 비활동 격차가 클수록 남성에 비해 경제 활동을 하지 않는 여성이 많다는 의미입니다. 대부분의 선진 국가에서는 학력 수준이 높아질수록 여성과 남성의 비활동률 격차가 줄어들지만 한국에서는 대학 과정에 해당하는 고등교육의 비활동 격차가 가장 높습니다. 높은 교육 수준이 안정된 일자리를 가질 기회를 높인다는 학력 프리미엄 효과는 한국의 여성에게는 작동하지 않습니다. 한국의 노동 시장이 남성 중심으로 형성되고 발전했기 때문입니다.[10]
세종에서 경제 활동을 하기 어려운 이유 중에 하나로 좋은 일자리가 없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데요. 좋은 일자리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최성은 연구위원은 먼저 좋은 일자리의 기준을 새롭게 정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도 임신-양육기를 학교에서 일하며 보냈으며,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었기 때문에 공부를 계속 할 수 있었다면서요. 좋은 일자리의 기준이 연령과 본인이 처한 상황에 따라, 전문 경력을 잇는 것일 수도 있고 일하는 시간과 장소가 나와 잘 맞을 것 등 그 기준은 다양할 수 있다는 거죠.
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떠오르는 기준, 일자리의 뉴 노멀이 세종시와 같은 신생 계획 도시로 이주한 비경제활동 여성에게 필요하다는 박사님의 조언에 무척 공감했습니다. 인터뷰를 통해 만난 사람들은 표준화된 공식에 따르지 않고 나에게 잘 맞는 좋은 일이라는 기준을 갖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원시림에 길을 낸 사람들의 구체적인 이야기가 정책에도 적용될 수 있을지 더 상상해보고 싶습니다. 가령, 원격근무라는 근무 조건이 자신의 전문 경력을 지속하는 데에 필요했다면, 원격근무가 가능한 다양한 일자리를 유치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육아 휴직 중인 아빠를 위한 마을 돌봄 공동체를 특화해볼 수도 있고요. 저절로 좋은 일자리가 많이 생길 때까지, 마냥 기다리고만 있을 순 없으니까요.
1.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홈페이지 https://www.naacc.go.kr/
2. <노무현의 도시>. 세종시는 수도가 될 수 있을까. 김규원. 미세움.
3. <세종시청>. 홈페이지 https://www.sejong.go.kr/
4. <2020년 세종특별자치시 일자리대책 연차별 세부계획>. 세종시청. 2020.
5. <세종시 인구 이동 특성과 정책방향 연구>. 대전세종연구원. 최성은, 안용준,박치성. 2018
6. <2020년 세종특별자치시 시정 3기 2년 성과와 과제> 세종시청. 2020
7. <2019 출생통계>. 통계청. 2019
8. <2020년 세종특별자치시 일자리대책 연차별 세부계획>. 세종시청. 2020.
9. <2020년 세종특별자치시 일자리대책 연차별 세부계획>. 세종시청. 2020.
10.최성은. "일할 수 없는 여자들: 공부한 여자들은 왜 밀려나는가". 북저널리즘. 서울: 스리체어스(201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