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고르는 맛
처음 어느 누군가를 만나면 그 사람의 얼굴부터 가장 먼저 보게 되고 서로 대화를 하며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게 된다. 단 몇 마디만으로 나와 맞는 사람이다, 아니다 를 구분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첫 인상이 그 사람과의 관계 맺음에 큰 역할을 안다는 것은 알고 있다. 책도 마찬가지다.
서점에 가서 고른다
책은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서 직접 보고 잠깐이나마 책이 풍기는 멋을 느끼며 고른다. 책이 풍기는 멋이 무엇인가? 표지. 표지만으로도 난 책에 홀려서 한 권을 들고 읽게 된다. 서점에 가면 베스트셀러와 신착 도서의 매대를 둘러본다. 표지만 훑어봐도 요즘 사람들이 어떤 책을 읽고 싶어 하는지, 궁금해 하는지 파악할 수 있다. 매대를 구경하며 한 바퀴를 돈다. 그리고 나면 궁금한 책이 눈에 쏙쏙 들어온다. 첫인상이 아주 대단한 책이다. 책의 표지와 띠지만으로도 날 다른 곳에 가지 못하게 붙잡아 둔다. 제목과 소제목, 강렬한 추천사만으로 읽어보라고 당당하게 외친다. 책의 외침에 끌려서 표지를 넘겨 프롤로그와 목차를 읽는다. 어떤 것을 이야기 싶어 하는 책인지 감이 온다.
사실 책의 표지만 보고 내용은 보지도 않은 채 산 책도 많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단어, 듣고 싶은 말이 제목에 있으면 무조건 집에 데리고 와서, 읽어야 할 것만 같다. 거기에다가 표지에 함께 있는 추천사를 읽고 산적도 적지 않다. 좋아하는 작가의 추천사가 책 설명보다 더 크게 보일 때는 망설임 없이 읽고 사기도 했다. 나에게 맞는 책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은 집에 와서 할 나중 일이었다. 내 마음을 흠뻑 적시는 책이 있기도 하지만 그렇게 신중하게 고르고 고른 책인데 집에 와서 읽었을 때 대체 내가 왜 샀는지도 모를 책이 있을 때가 있다.
주 매대 말고 서가에도 좋은 책이 많다. 표지를 보고 고르는 것이 아닌 책등의 제목만 보고 한 권 뽑아 고른다. 이 또한 재미가 쏠쏠하다. 제목을 보고 어떤 책일지 상상하며 뽑았는데 내 상상을 뒤엎는 글이 나오기도 하고, 더욱이 강타하는 글을 스치듯이 발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서점에서 보내는 시간이 여유 있을 때 가능하다.
약속 장소를 서점근처로 잡아 놓고 조금 일찍 도착해서 책 구경한다. 서점이 풍기는 향과 책이 뽐내는 멋을 흠뻑 느낄 수 있다. 5분이라도, 길면 10분이라도 책을 고르는 건 참 신나는 일이다. 지금은 서점에 가서 여유롭게 책 구경하는 시간이 간절하다.
아기를 낳고 외출하기 어려운 날이 왔다
아기와 함께 하는 날이 오고 외출하기가 힘들어졌다. 어느 누군가가 나대신 아기를 봐 줄 수 있는 게 아니면 외출이 어렵다. 특히 신생아 시절에는 불가능하다. 서점에 못 가기에 인터넷 서점을 더 자주 기웃거린다. 읽고 싶었던 분야의 책을 검색하거나 좋아하는 작가의 신작을 알람을 받고 들어가서 본다. 서점 어플이나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광고. 이 광고를 보면 얼마큼의 돈을 주면 광고를 띄울 수 있을까, 잠시 생각하다가 광고가 말하는 것에 금세 나도 모르게 빠져들어 가기 일쑤다. 광고를 보고 책을 장바구니에 넣고, 베스트셀러를 보며 장바구니에 또 넣고, 좋아하는 작가와 책을 보다가 연관된 책을 보며 장바구니에 넣는다. 실물로 접하지 못하기에 책 소개만 보고 책을 사는 경우가 다반수다. 온라인 서점으로 책을 고르고 장바구니에 담는 건 순식간이고 금세 장바구니는 무거워진다. 얼마큼 들어간 지 파악하지도 못한 채 넣고 빼기를 반복하다가 결제 창으로 가는 순간, 많이 골랐음을 실감하다. 그래도 왠지 나에게 필요한 책이라는 느낌이 강하기에 결국 결제까지 과감하게 한다.
집에 책 택배가 도착해서 신나게 뜯었다. 차가운 책이 한 권씩 나오고 내 손위에 올라가면 따뜻해지는 이 느낌. 내 입 꼬리는 어느새 쓱 올라가 있다. 한 장씩 펴 보며 훑어보는데, 책을 고르고 결제까지 빠른 시간에 이뤄진 만큼 빨리 실망한 날도 많았다. 광고에 현혹된 호구가 되었다! 여러 사람들의 리뷰도 읽어보며 고른 책인데, 나와 다른 성향의 사람들 인가보다.
난 참 단순하다. 새로 산책을 쌓아놓고 좋다고 배시시 웃고 있다. 밥 안 먹어도 배부른 기분만 느낀 채, 책을 보고 흐뭇해한다. 그리고는 다시 장바구니에 새로운 책을 담는다. 지금 담는 이 책은 내 마음에 쏙 들 것 강렬한 느낌이 온다.
책이 좋다
서점을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날이 대부분이기에 온라인 서점을 찾는다. 직접 보며 고르든, 화면을 보며 온라인으로 고르든 간에 책을 고르는 건 이토록 즐겁다. 임산부일 때 입었던 옷이 마음에 들지 않아 새 옷을 사고 싶어서 옷 쇼핑몰 사이트를 뒤지고 있지만 이상하게 다시 온라인 서점 사이트로 들어와 새로운 책을 탐하고 있다.
옷 고르는 것보다 책 고르는 맛이 더 좋은가보다.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