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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가족 월 생활비 120만원

진짜 이걸로 살 수 있을까?

by 최혁재

지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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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이제는 시한부 백수

#11 영어 과외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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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아내가 퇴사한 지 2주가 다 되어간다. 난 퇴사까지 이제 2주 남았다. 둘 다 백수가 됐을 때를 준비해야 할 시기라고 서로 동의했다. 그래서 주말 아침부터 향후 1년 동안 지출 계획을 세웠다. 갑을논박이 있었지만 결국 합의한 우리 부부의 월 생활비는 120만 원. 서울에서 둘이 진짜 이걸로 살 수 있을까?


우리는 29.5세 기혼 무자녀(출처: 신한은행 빅데이터 센터)


우리 부부의 월간 지출 예상 내역은 이렇다:

1) 고정비: 통신비(2명) - 110,000원, 오피스텔 관리비 - 120,000원, 도시가스비 20,000원, 아내 실비보험료 70,000원(난 사보험 1도 없음), IPTV&인터넷요금 - 50,000원, 건강보험료 - 30,000원 = 총 400,000원

-> 아파트형 오피스텔에 전세로 살고 있어서 월세는 따로 나가지 않는 게 천만다행이다.


2) 식비 + 생필품비: 1주 생활비 100,000원 * 4주 = 총 400,000원

-> 이 부분은 앞으로 생활해 나가면서 조정이 필요해 보인다. 아내의 퇴사 이후로 대형마트 방문을 줄이고 동네 재래시장에 다니기 시작했는데, 특히 신선식품 가격이 기대 이상으로 저렴해서 식대 절감 효과가 꽤 있을 것 같다. 공산품은 인터넷 - 대형마트 - 시장 순으로 싸기 때문에 되도록 인터넷 대량 구매를 애용해야겠다.


3) 개인용돈: 1인 200,000원 * 2명 = 총 400,000원

-> 처음에 아내가 바랬던 건 월 1,000,000원으로 사는 거였다. 나름 원대한(?) 꿈이었는데 실제 예상 지출내역을 작성하다 보니 고정비와 생활비를 빼면 남는 게 200,000원 밖에 없었다. 인당 월 100,000원의 용돈이면 꿈을 이를 수 있었겠지만... 내가 강하게 반기를 들었다. "아끼는 것도 좋지만 그렇게 쪼들리게 살 거면 그냥 나가서 일하는 게 낫지". 결국 '월 1,000,000원으로 살기'의 꿈은 일단 접고 1,200,000원으로 시작해 보기로 했다.


원래 우리 부부의 연소득은 세전 120,000,000원 정도였다. 적고 보니 상당히 큰 금액인데, 사실 우리는 저 돈 벌 때나 지금이나 차도 없고 그다지 큰돈 나갈 데도 없다. 외식으로 적지 않은 돈이 나가긴 했지만 그것도 수입 대비로 큰돈은 아니었다. 원래 나는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사치는 안 하더라도 먹을 건 먹고, 살건 사자'는 성향인데 반해, 아내는 그냥 짠순이다. 직장 생활 5년 동안 옷가지 몇 개를 돌려 입으며 지냈는데, 이걸 보고 직장동료들은 아내가 입는 옷이 매우 비싼 옷이라고 생각했단다. 사실 그 니트는 15,000원 짜리였다.


아무튼 이렇게 지출 계획을 짜고 나니 아내가 그런다.

기분이 좋아. 외식 좀 안 하고 그래도 많이 벌고 많이 쓸 때 보다 지금 이 생활방식이 더 행복한 것 같아. 더 이상 내 시간을 팔지 않아도 되고.


나는 외식 줄이는 게 좀 아쉽긴 한데 어쨌든 아내가 좋다니 나도 좋다. 또 월 1,200,000원 생활비가 결코 적은 돈은 아니다.


파스타 요리하는 청년 일론 머스크(출처: Google)

Paypal, SpaceX, Tesla의 창업자이자 개인 재산이 10조 원에 달하는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더 극단적이었다. 그는 대학생 시절 한 달 $30(약 33,000원) 식비로 사는게 가능할 지 실험해봤다. 주로 핫도그와 오렌지를 먹고, 가끔은 파스타면과 토마토소스도 먹었다. 오렌지를 먹었다는 게 한국 사람들에게는 이상하게 들릴 수 있는데, 시장에 느지막이 가면 품질 떨어지는 오렌지 1박스를 $1에도 살 수 있는 게 미국이다. 나도 먹어 봤다 맛을 별로지만. 아무튼 그가 이런 실험을 했던 건 돈이 부족해서는 아니고, 그냥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먹고사는데 최소 얼마만 있으면 될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역시 천재 또라이.


"So I was like, oh, okay. If I can live for a dollar a day – at least from a food cost standpoint – it is pretty easy to earn $30 dollars in a month, so I'll probably be ok," Musk said.
- Tyson's StarTalk Radio 팟캐스트 -


$30로도 한 달을 살았다는데 우리 부부는 월 400,000원 식대면 사치스러운 수준일지도 모른다. 또 전체 생활비 월 1,200,000원으로 살기에 익숙해지면 그만큼 우리는 더 많은 속박으로부터 자유로워지지 않을까. 우린 120,000,000원으로 우리 30살, 29살 시간을 산거다. 그리고 이 정도로 살 수 있으면 We'll probably be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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