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인류연재 16화

초콜렛 좋아하는 여자

by 준혜이

내 여자친구는 초콜렛을 좋아한다. 커피숍에 갈 때마다 계산대 옆 유리 냉장고 안에 진열된 초콜렛 케이크와 브라우니를 홀린 듯이 바라보는 그녀의 숨소리가 "맛있겠다맛있겠다"하는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사줄까?" 하면 그녀는 기뻐하는 표정과 괴로워하는 표정이 섞인 얼굴로 "안돼!" 한다.

맨 처음 그녀가 "안돼!" 했을 때 "살 쪄도 괜찮아"하면서,는 그녀의 거절을 무시하고 브라우니를 하나 사주었다. 헤헤거리면서 맛있게 브라우니를 먹는 그녀가 귀여웠다.집에 바래다 주는 길에 물었다. 그렇게 맛있게 먹을 거면서 왜 사준다고 했을 때 싫다고 대답했는지, 정말 살 찔까봐 걱정되서 그런 거냐고 말이다. 순순히 대답해 줄 수 없는 문제라면서 그녀는 웃었다. 그러면서 다음부터는 브라우니도 초콜렛 케이크도 아무것도 사 주지 말라고 그녀가 나에게 정중히 부탁한다.

그 후로도 커피숍에 갈 때마다 초콜렛 케이크와 브라우니를 사랑에 빠진 사람처럼 쳐다보고 서 있는 그녀와 "사줄까?", "안돼!" 하는 대화를 반복.

좀 이상한 일이지만 그녀에게 "안돼!"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우리가 조금씩 더 가까워지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그녀의 생일날,는 그녀를 방으로 초대해 브라우니를 만들어주었다. 방 안 가득한 초콜렛 냄새에

그녀는 자신의 머리카락에서도 초콜렛 냄새가 난다며 머리카락 끝을 입에 넣고 장난치며 놀았다. 나는 완성된 브라우니에 초를 꽂고 생일 축하 노래를 수줍게 부른 다음 그녀에게 사랑한다 고백했다. 그리고 맛있게 브라우니를 먹고 있는 그녀를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나와 사귀기 시작할 무렵의 그녀의 마음이 보였다. 차마 떨쳐내지 못한 지난 사랑에 대한 미련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막 시작되려는 새로운 사랑의 달콤한 유혹에 그녀는 얼마나 많은 밤을 잠 못들고 "안돼! 안돼!" 외쳐야 했던 걸.


그녀의 "안돼!" 속에 이제는 나도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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