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여자친구랑 저녁을 먹으면서 제가 변했다는 걸 느꼈습니다. 여자친구가 새로 산 구두의 색이 마음에 든다, 구두코가 특이하게 생겨서 발이 불편할 줄 알았는데 신어보니 아니더라, 굽 높이도 적당해서 앞으로 이 구두를 오랫동안 신게 될 것 같다, 하면서 즐겁게 얘기하는데 '그 구두 비싼거야?'
'응, 저번에 신었던 것보다 조금 더 비싼거야' 로 대화를 이끌어 여자친구의 입을 다물게 한 것입니다.
솔직히 속으로는 얘랑 결혼해서 살면 생활비가 많이 들려나, 하는 생각까지 하고 있었습니다.
이건 회사생활의 연장입니다. 돈은 회사의 언어이고, 회사 안에서는 돈으로 바꿔 말할 수 없는 가치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회사 안에서 하는 말과 행동이
회사 수익에 영향을 미칠 때만 의미있어지는 것도 사실이구요. 요즘들어 여자친구의 말수가 줄어든 게 저의 이런 태도 때문이었을까요. 지난 주에 스테이크를 먹으면서 이거 먹고 이틀 야근하면 되겠다, 말했을 때 저만 웃고 여자친구는 고개를 떨구었던 것도 같습니다. 아, 단 하루라도 돈 얘기를 입 밖으로 내지 않고 보낸 적이 있었던가 싶습니다.
제가 회사를 다니기 싫은 이유는 돈으로 세상의 모든 가치를 환산하고 있는 제 자신이 꼴보기 싫어서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여자친구한테 새 구두 색깔이 꼭 너네 고향집에 본 제비꽃 같다고 문자라도 보내야겠습니다. 하트도 두 개 뿅뿅 입력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