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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유 Feb 09. 2022

원판은 제자리에

운동사심_서로 다른 마음을 품고 운동하는 사람들

헬스장에서 가장 많이 쓰는 물건 중 하나가 원판이다. 상체 운동을 하든, 하체 운동을 하든, 원판의 무게는 나의 한계를 시험해보는 도구이다. 떡꼬치마냥 줄줄 끼워진 원판을 하나씩 꺼내 내 바벨에 끼우고, 들고 내리기를 반복. 어쩌면 운동보다 원판을 끼우고 빼고 하는 게 더 운동이 되는 경우가 있다. 물론 한 세트 끝나고 쉬고 다음 세트를 이어가는데 원판을 갈아 끼우다 보면 쉬는 시간은 끝나 버린다. PT 수업을 할 때는 트레이너가 정해진 운동과 무게가 있으니 알아서 갈아주니까 좋은데 혼자 운동할 때는 내가 트레이너이자 회원인 1인 2역을 해야 하니 숨어있는 원판을 잘 찾아내야한다.

 언젠가 예전 트레이너에게 일하면서 가장 힘든 게 뭐냐고 물었을 때 그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원판 정리하는 게 제일 힘들죠. 다 쓰고 제자리에 놔주면 좋은데.”

 생각지 못한 답에 나는 그 말이 한동안 잊혀 지지 않았다. 당연히 쓰고 정리할 거 같은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대로 놓고 가는 경우가 많은 모양이다. 참 별거 아니지만 별거 아닌 것들이 모이면 확장되어 사람들 사이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다음 사람이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와 매너인데 아무래도 혼자 운동을 하니 공간마저 혼자만의 것이라 착각하는지도 모른다. 지금 다니고 있는 헬스장에서 「원판은 제자리에」라는 안내판을 보면 씁쓸했다. 당연한 걸 이렇게 알려줘야 하다니, 이 안내판이 있는 이상 당연한 건 아닌가 보다.

나도 가끔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원판을 옮기고 끼우고 빼고 하는 게 힘들어 누군가 와서 원판만 갈아줬으면 할 때가 있다. 마침 레그프레스 운동을 하려고 하는데 힘 좋은 회원이 운동하고 갔는지 20kg 원판이 여러 개 끼워져 있었다. 10kg은 가볍게 들 수 있는데 20kg은 들고 내리고 끼우는 이 동작이 꽤 힘들다. 어디선가 내가 힘들게 들고 있는 걸 보았는지 슈퍼맨처럼 나타난 트레이너. 일명 박보검 팀장님께서(박보검 닮아서 내가 지은 별명이다.) 중저음 목소리로 “다 빼드릴까요?”라고 하는데 그에게서 빛이 보였다. 정말 내 생각을 읽은 것처럼 빠르게 원판을 정리해주시고 가는 그를 보며 원판을 갈아 끼우는 행위 자체가 사소해 보일 수 있으나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그가 도와줌으로써 상기시켰다.


*레그프레스: 대퇴사두근과 둔근을 강화시켜주는 대표적이고 필수적인 하체 운동


 원판을 당연히 트레이너나 직원들이 정리해주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자기 운동만 하는데 공동으로 사용하는 기구이고, 장소이고, 우린 함께 운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운동 전 스트레칭을 하고 마무리 운동을 하는 것처럼 기구도 쓰고 난 뒤 제자리에 놓는 것도 운동의 일부이다. 이 모든 것은 돌고 돌아 나에게 다시 돌아온다. 그러니 내가 쓴 도구들은 원래의 자리로, 자기 자리를 찾아주자. 잘 정돈된 모습이 운동을 하는 마음을 더 증폭시켜 나의 플랜대로 유연하게 운동을 해 나갈 것이다.


뭐든 기본을 잘 지켜야 운동도, 사람도 올바른 길로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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