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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린 Dec 03. 2019

마음의 공간

그녀가 말했다.


“가벼워지고 싶어요. 근데 그게 잘 안돼요.”
“안되면 포기해요. 감정이라는 게 억지로 해도 잘 안돼. 생각한 대로 마음이 잘도 바뀌면 밀당이니, 짝사랑이니 하는 것들이 왜 있겠어요.”

우리들은 참 이상하게 본인의 연애에 있어서는 이성적인 사고가 잘 안된다. 남녀 사이에 ‘연인’이란 타이들이 붙음과 동시에 마음의 가벼움을 잃어버린다. 마음과 마음 사이에 공간이 좁혀져서 생각할 틈을 빼앗긴다. 이성보단 감정이 먼저 고개를 내민다. 신기한 건 감정이란 놈은 단순했던 사람도 복잡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랑받기 위해, 사랑하기 위해 전에 하지 않던 ‘고민’이란 놈들이 불쑥불쑥 마음을 건드린다. 때로는 더 손해보지 않고, 상처 받지 않기 위해 온갖 핑계를 대기도 하고, 도망치기도 하고, 앞뒤 가리지 않고 돌진하기도 한다. 시시각각 모습을 바꾼다. 이런 패턴들이 몇 번 반복되고 나서야 마음과 마음의 사이의 공간이 조금씩 넓어진다. 안타깝게도 그 공간이 좁아지는 건 순식간인데 다시 넓히는 데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겁쟁이가 된다. 마음에 회복이 더딘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녀는 몹시 혼란스러워했다. 분명 그의 입술에선 한 없이 가볍고 금세 시들어버리는 꽃잎 같은 단어들이 쏟아졌으리라. 그리고 그녀는 그 말을 믿고 싶었겠지. 슬프게도 손바닥 위로 낙하한, 이미 생기를 잃은 꽃잎들은 떨어지는 순간 시들어 바람에 날릴 그런 가벼운 낱말들에 불과했다. 하지만 아름다움에 속지 않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아름다움은, 지극히 주관적이고 감성적인 것에 더 가까우니까. 그래서 더 유혹당하기 쉽고, 헤어 나오기 어렵다. 아무리, 아무리 그렇지 않으려 해도, 우린 사람이기에 ‘사랑’은 아주 쉽게 이성의 범주를 벗어난다.

그녀는 분명 또다시 사랑을 하고, 공허해하고, 그러다 또다시 사랑을 찾고, 상처 입고, 어쩌면 이 지겨운 패턴을 반복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스스로를 더 사랑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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