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만큼 물어보고 있나요?"
질문이란 참 이상한 거야. 왜냐고?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뭐 먹었냐고 묻지만
길 가던 사람에게는 안 묻거든.
가끔 상상해 본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오늘 뭐 드셨어요?"라고 물으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난다. 상대는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며 "왜 이런 질문을 하지?" 하고 속으로 묻겠지. 운이 좋다면 어색하게 웃으며 "어... 파스타 먹었어요"라고 대답할지도 모른다. 그 순간, 우리는 서로에게 아무 의미도 없는 대화를 나누게 될 것이다. 마치 서로의 세계에 잠시 발을 들였다가, 금방 빠져나오는 영화 속 엑스트라처럼. 물론 그 대화는 금세 끝나고, 우리는 각자의 길을 간다. 그 사람은 나를 금방 잊을 것이고, 나 역시 그에게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는다. 마치 서로의 인생에 처음부터 없었던 사람처럼. 지나가는 바람처럼 잠시 스쳐간 순간일 뿐이다. 조금 민망하지만, 그 자체로 꽤 재미있지 않은가? 이처럼 우리는 종종 의미 없는 대화를 나누지만, 그 순간들은 곧 잊혀진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전혀 다르다. "오늘 뭐 먹었어?"라는 평범한 질문조차 그 속에 깊은 의미를 품고 있다. 상대가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무슨 생각을 했는지가 궁금해진다. 그의 작은 일상이 내 하루에 퍼즐 조각처럼 끼워지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마치 그의 하루를 함께 살아가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던지는 질문은, 그 사람의 세계에 나를 초대해 달라는 조용한 요청일지도 모른다.
질문은 이렇게 사소해 보여도 깊은 힘을 가지고 있다. 질문은 전적으로 애정과 관심을 기반으로 한다. 사랑하지 않는다면 굳이 "오늘 뭐 먹었어?"라고 묻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그의 하루가 나와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그런데도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의 일상에 끊임없이 관심을 가진다. 그 속에서 나 자신을 찾아내려는 듯, 서로의 세계가 교차되기를 바라며 질문을 던진다. 이렇듯 질문은 서로의 세계에 작은 발을 들여놓는 시도다.
그렇다면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은 어떨까? 나에게 던지는 질문은 자기애의 표현이다. 종종 자신에게 묻곤 한다. "지금 걷고 있는 이 길이 맞는 길일까?" "나는 지금 행복한 걸까?" 이런 질문들은 삶을 점검하는 작은 표식처럼 느껴진다. 만약 자신을 돌보지 않는다면, 이런 질문들은 아예 떠오르지 않을 것이다. 하루하루를 그저 흘려버리게 될 테니까. 하지만 내 삶이 소중하기에, 나는 계속 묻는다. 이 길이 내가 진정 원하는 길이 맞는지,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위해서.
사람들은 종종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어쩌면 그 답이 불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오히려 이런 질문들을 좋아한다. 마치 거울을 들여다보는 순간처럼, 그 속에서 진짜 나를 만나기 때문이다.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지금 서 있는 이 자리가 맞는지, 그런 질문들이 조금씩 나를 더 나답게 만들어 준다. 질문은 나를 사랑하는 방식이다. 나를 더 깊이 이해하고 싶다는 신호다.
때로는 질문이 너무 진지해져서 스스로 우스워질 때도 있다. "내 인생은 제대로 흘러가고 있는 걸까?"라고 스스로에게 묻는 순간, 마치 흑백 영화 속 진지한 철학자처럼 느껴진다. 그럴 때면 잠시 멈춰서 농담처럼 속삭인다.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자." 그렇게 가볍게 넘기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질문은 때로 가볍게 던져도 괜찮다. 답을 꼭 찾아내지 않아도 된다. 중요한 건 그 질문이 나를 더 깊이 들여다보게 만드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하루가 끝나면 늘 작은 질문을 던진다. "오늘은 어땠어?”, “오늘의 작은 기쁨은 뭐였어?” 이 질문 하나로 천천히 하루를 되돌아본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다시 재생하듯, 오늘의 기억을 하나씩 떠올린다. 그렇게 질문들이 쌓이면, 나 자신을 조금 더 잘 알게 된다. 그 질문 속에서 나의 세계는 더 선명해진다.
질문은 마치 내 삶을 정리해주는 필터와 같다. "지금 나는 어떤 감정일까?"라는 질문을 던지면, 마음속 깊은 곳에 숨어 있던 감정들이 서서히 드러난다. 마치 흑백 화면에 서서히 색이 입혀지는 것처럼, 그 질문이 내 하루에 감정의 색을 입혀준다. 질문을 던질 때마다, 내 세계에 새로운 색을 더하고, 조금씩 나를 더 잘 알아간다.
때로는 질문이 무겁게 느껴질 때도 있다. "내 인생은 정말 잘 흘러가고 있을까?" 그런 질문이 떠오를 때면, 잠시 멈추어 스스로를 다독인다. “여유를 가져. 그래도 돼.” 그렇게 마음을 가볍게 해주면, 다시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 중요한 건 질문을 던졌다는 그 사실이다. 그 질문이 나를 더 깊이 들여다보게 만들고, 나를 돌보고 있다는 증거니까.
질문이란 단순히 답을 찾기 위한 과정이 아닐지도 모른다. 질문을 던지는 그 순간, 이미 나 자신과의 대화가 시작되는 것이다. 마치 한밤중 조용히 흐르는 음악을 들으며 마음을 정리하는 시간처럼, 질문을 던지며 내 세계에 새롭게 스며드는 색들을 바라본다. 흑백으로 가득하던 내 삶이 조금씩 따뜻한 컬러로 물들어가는 걸 느낀다. 답을 찾지 못해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그 질문들이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 간다는 사실이다.
오늘도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의 기쁨과 고민, 그리고 나의 행복에게 다시 한 번 안부를 물으며
오늘도 나의 우주를, 나의 하루를 사랑하기로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