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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린 May 16. 2019

애정의 시간

낭만적 여행 2


우린 그 누구보다 뜨겁게 사랑했고,
뜨겁게 타올랐다. 
시간의 속도를 보란듯이 무시하듯,
아주 뜨겁게. 


애정 어린 시선과 애정 어린 손길, 설렘이 느껴지던 미소, 그리고 귀여운 질투. 

이른 아침 창문으로 들어오는 아침 햇살이 싫어 서둘러 너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심장에서 심장으로 전해지는 두근거림이 기분 좋아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깊고 고요했던 지난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언제였을까. 아침의 햇살을 이토록 기분좋게 맞이했던 적이. 


그날의 햇살은 없던 애정도 생길 것 같은 낭만이 넘치는 날씨였다. 사랑하고 싶어지는 날이다. 두 팔을 벌려 너를 품에 꽉 안고 이 바람을 함께 느끼고 싶었다. 차가운 바람은 우리를 더욱 가깝게 했고, 온몸으로 따뜻한 온기가 퍼졌다. 아주 오랜만에 느끼는 깊은 편안함이었다.


깍지 낀 두 손으로 장난을 쳤다. 그 작은 행동에서 조차 애정이 잔뜩 묻어났다. 터질 것 같은 심장에 애써 너의 시선을 외면했다. 자꾸만 웃음이 새어 나왔다. 어색한 간지러움에 괜스레 투덜거렸다. 두근거리는 심장을 감출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나는 너의 아침 인사를 좋아했다. 있는 힘껏 나를 끌어안고는 언제나 늘 그래왔듯 '우리가 더 일찍 만났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좋았을 거야.'라며 확신에 가득 찬 말투로 말했다. 너의 인사는 나의 하루를 온통 너로 물들이는 신호탄 같은 주문이었다. 그러고는 한참이고 애정 어린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곤 했다. 주고받는 시선만으로 우린 많은 대화를 했다. 


하나의 점에서 또 다른 점으로. 무한히 반복되던 일상을 깨고 너의 시선이 나에게로 오던 그때, 비로소 나의 시간은 '우리의 시간'으로 재탄생했다. 


나의 과거와 너의 과거가
나의 현재와 너의 현재가
나의 미래와 너의 미래가
서로를 바라보며 두 손을 마주 잡는다. 



우린 그렇게 겁도 없이 과거와 현재를 제 맘대로 넘나든다. 흐르는 모든 것들의 신神이라도 된 것 마냥.

너의 눈동자의 비친 내 모습을 보며 시간의 의미를 읽어낸다. 입을 맞추고 싶다는 충동에 사로잡혔다. 찰나의 순간이었다. 너의 입술이 나의 볼에 닿았고, 잠잠했던 심장이 다시 요동쳤다. 


너를 꽉 안았다. 있는 힘껏.

심장의 두근거림이 전해지도록.

넘치는 마음을 알아채도록.

이 시간이 무한히 흐르기를 바라며.

너도 나를, 꽉 안았다.


흐르는 시간을 붙잡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마음을 눌러 담아 사랑한다고 이야기하는 것뿐이었다. 홀로 움직이던 시계 초침은 둘이 되었고, 기꺼이 서로의 손을 잡으며 화답한다. 아마도 나는 사랑했던 시간보다 사랑받았던 시간을 그리워할 것만 같다. 너의 화답이 또 다른 시간의 결정체를 탄생시켰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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