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아내가 좋아? 엄마가 좋아?
얼마 전에 인스타그램을 하다 어떤 영상을 보고 울었다. 3살도 안 된 소녀가 엄마에게 말하는 영상이었다.
엄마한테 궁금한 게 있는데 1등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누구야?
응. 엄마는 1등은 아빠고, 2등은 우리 OO이고(소녀의 이름)...
그렇게 엄마가 답하자, 소녀는 의아한 듯 다음과 같이 말한다.
엄마는 왜 엄마가 1번이 아니야?
엄마는 왜 자기 자신을 안 좋아해? 자기 자신을 1등으로 좋아해야 하는 거야.
당황한 엄마가 묻는다.
OO이 너는 자기가 1등으로 좋아?
응, 나는 나 자신이 1등으로 좋아. 엄마도 아빠도 좋지만, 내가 1등으로 좋아.
엄마, 좋아해 주는 건 고맙거든. 근데 엄마는 엄마를 1등으로 좋아했으면 좋겠어.
나한테 하는 말 같아서, 몇 번이나 같은 영상을 돌려봤다. 어릴 땐,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 물으면 엄마라고 말했다. 지금도 누가 제일 좋냐고 물으면, 아내라고 해야 할까, 엄마라고 해야 할까 고민을 할 것이다.
"나 자신이 제일 좋다. 1등으로 좋다."
그렇게 말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좋아한다거나 사랑해야 할 어떤 대상은 늘 외부에 있다고 생각했다.
아이의 말을 듣는데, 그 대상에 나도 포함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았다. 항상 밖을 바라보고 있으니, 보지 못했지만, 정작 가장 가까운 것은 나인데 봐주지 않았구나 싶었다. 좋아할 생각도 하지 못했다.
며칠이나 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응, 나는 내가 1등으로 좋아.
우리 아버지도 그랬고, 고릿적 남자들은 그런 사람들이 많았다. 멀수록 잘하고,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잘 못했다. 친하지 않은 친구나 어려운 선배나 직장 상사들에게는 예의를 다 하면서, 정작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아내나 엄마, 동생, 친구에게는 정작 함부로 대하고, 표현을 못했다. 사랑이 부족한 시절이었다.
그런데 어쩌면 사랑하는 법을 잘 몰랐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나 자신을 1등으로 사랑해야 한다는 것도 몰랐으니까. 사랑의 방법도 모를 수밖에.
기본적으로 사람은 사람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 인간의 관계는 기본적으로 믿음을 기반으로 한다. 언어와 행동으로 표현하지만, 그 속에 무엇이 있을지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럴 거라고 믿을 수밖에 없다.
다만, 유일하게 이 세상에서 나 자신을 아는 단 한 사람이 있다. 나 자신이다. 나는 내가 나를 사랑하면, 그 사랑을 완전히 알 수 있지 않을까. 아니, 알 수 있다. 믿는 차원이 아니라, 어떤 감정으로 나 자신을 생각하는지, 사랑하는지, 거짓말을 하는지 알 수 있다. 나는 나를 속일 수 없다.
생각해 보니, 내가 나 자신을 1등으로 좋아하면, 누구보다 나 자신이 그걸 알 것이다.
사랑을 해주면, 사랑받는 느낌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그렇게 사랑의 마음을 누가 아는 사람은 다른 사람도 보다 더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그 마음이 어떨까 생각해 보는데, 가을 하늘이 떠오른다. 얼룩 하나 없이, 하얀 구름 조각도 없이, 완전히 맑은 파란색의 하늘. 그 투명한 파랑이야 말로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열린 마음의 색이 아닐까.
사랑을 하고 싶다. 불안의 숲에서 살기에 혼자는 어렵고, 외롭다.
온전히 살아가기 위해 사랑이 필요하다. 사랑은 무기다. 그런데 그 무기는 어디서 사 오거나 빌릴 수 없다. 그저 마음에서 만들어낼 일이다. 나를 좋아하면 좋아할수록, 사랑이 만들어질 것이고, 그 사랑으로 소중한 사람들을 사랑할 수 있을 것이다.
잠들기 전 새로운 만트라를 외워 본다.
나는 내가 1등으로 좋다. 내가 너무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