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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뷰티펄 Jun 01. 2019

여섯 줄의 감정

하루에도 몇 번씩 창밖을 바라보며

잠결에 발에 걸리는 무언가가 심하게 거슬려 일어났다. 몇 년 전 구입한 통기타였다. 아끼는 기타를 꼭 내 방에 모셔둬야 한다며 스스로 고집을 부려 한 자리 차지했다. 그때처럼 기타를 자주 연주하지 않는다. 그래도 가까이 두고 싶었다. 다른 물건은 그렇지 않은데 다른 사람이 내 악기를 만지는 것은 참을 수 없다. 그렇게 소중한 기타를 좀 예민한 날이었는지 갑자기 처분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생 칠 기타라고 생각해서 고르고 골랐던 기타였고, 뜨거운 한여름에도 등에 땀이 흠뻑 젖도록 메고 다니며 기타의 매력에 푹 빠져 지냈었다. 여전히 통기타 소리는 매력적이다. 기분 좋게 만들고 감성에 젖게도 만드는 여섯 줄의 통기타 소리는 날이 밝은 낮에도, 해가 진 밤에도, 맑은 날에도, 비가 내리는 날에도 언제든 마음을 움직인다.    



책장에 책이 꽉 차면서 방바닥에 책이 쌓이기 시작했고 점점 방이 좁아졌다. 편히 누워 자던 자세가 어느 순간부터 책과 기타를 피해 조금씩 몸을 움츠려야 잘 수 있었다. 정리하지 못해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매는 내 마음도, 그런 내 마음 같았던 방도 정리가 필요했다. 마음을 정리하는 일보다 청소가 더 쉬울 것 같아 청소부터 시작했다. 묵은 때를 벗겨내면 마음도 좋아질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건넛방으로 옮길 물건과 처분해야 할 물건들로 나누기 시작했다.    


기타를 잡고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털썩 주저앉아 오랜만에 연주를 했다. 특별히 관리를 잘해준 것도 아닌데 여섯 줄의 소리는 여전히 맑았다. 가끔 자기 자리가 아닌 듯 음이 맞지 않아 튜닝을 여러 번 하긴 했지만 매력적인 자신의 소리를 뽐내고 있었다. 그때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주말인데 뭐해?”

“대청소하고 있어. 책이랑 기타를 처분해야 하나, 어떻게든 정리가 좀 필요한 것 같아. 방에 더 이상 자리가 없어.”

“다른 건 몰라도 기타를 왜 처분해? 처분하지 마. 그 기타 너랑 잘 어울리잖아.”

“나랑 잘 어울려?”

“응. 둘이 얼마나 잘 어울리고 예쁜데.”    


사람도 아니고 악기와 잘 어울린다는 말이 묘하게 느껴지면서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다. 기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마음이 힘들 때 매일 부둥켜안고 살았던 녀석, 그렇게 길들여진 덕분인지 내 품에 착 안기는 느낌이 좋은 녀석, 우울하고 기쁘고 화나는 내 감정에 맞는 소리를 내주는 녀석, 한동안 누구보다 나와 많은 교감을 나눴던 녀석, 내 마음의 울분을 토해낼 때 항상 곁에 있어 주던 녀석을 보낼 생각을 했다니 기타에게 너무 미안했다.     

‘이 녀석이 나랑 그렇게 잘 어울린단 말이지?’    


이별할까 잠시 고민했던 기타는 지금도 내 옆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첫 만남부터 수많은 기타 중에 고민을 거듭하며 데려왔던 나의 통기타에 나만큼 잘 어울리는 사람은 없다.    

기타를 볼 때마다 누군가 내게 말하는 것 같다.   


  

      너랑 잘 어울려.    



멋대로 가지고 놀아도 내 마음을 읽어주는 고마운 친구가 되어준 녀석을 다른 곳으로 보내지 않을 생각이다. 앞으로도 함께 지내며 더 많이 안아주고 이 녀석의 소리에 세심하게 귀 기울여주기로 했다.    








안녕하세요.

<사소하지만 내 감정입니다> 저자 조연주입니다.


브런치 위클리 매거진으로 연재했던 글과 미공개 원고를 모아 신간을 출간했습니다.

그리고 출간 기념 북토크를 준비했습니다.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는 삶>이라는 주제로 함께 이야기 나누려 합니다.

감정일기로 알게 된 진짜 내 마음에 귀 기울이는 시간을 선물합니다.

나의 감정과 마주하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바쁜 일상 중에 잠깐의 여유로 작은 행복을 느끼시면 좋겠습니다.


* 2019년 6월 29일 (토) 오후 2시~3시

* 교보문고 광화문점 배움홀

* booksgo@naver.com

신청하고 싶은 분들은 이름과 연락처를 남겨주세요.

(신청자 확인 외 목적으로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당일 구매하신 영수증이 있어야 입장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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