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에서 먹는 꿀맛같은 아이스크림
2020.09
현재 유튜브에는 발달장애에 관한 다양한 채널들이 있다. 자폐성 장애가 있는 자신의 아이의 치료기, 성장기를 영상으로 공유하거나, 병원 또는 사설 발달센터에서 운영하는 채널 또는 성인 발달장애인이 스스로 자신의 경험을 얘기하거나 살아가는 방법을 조언 해주는 채널도 있다. 나도 몇 개의 채널을 구독 중인데 그중 굉장히 유명한 ‘로운이 아빠’라는 채널이 있다. 자폐성 장애를 가진 아들을 위해 휴직을 내고 몇 년째 아이 치료에 매진하고 계시며 조기에 적극적인 개입이 시작된 로운 이는 많은 성장을 하여 구독자들에게 감동을 안겨주고 있다.
그 채널에서 본 영상중 하나가 등산 정복기다. 로운이 아빠는 친절하게 관련 논문을 찾는 법도 공유해 주었는데, 나에게는 많은 도움이 되었다. 실제로 등산과 자폐성 장애의 발달의 연관성을 설명한 논문이며 아래에 간단히 첨부하였다.
몽이는 유난히 기대거나 눕는 걸 좋아하고 오래 걷는 것을 싫어한다. 감각통합 치료를 시작하면서 그 이유가 전정감각이나 고유수용성 감각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그래서 체력 또한 다른 아이들에 비해 약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이가 오래 걷는 게 어렵다는 걸 알고 난 후로 아빠는 주말마다 아이를 데리고 등산을 다니기 시작하였다. 마침 그 시기에 로운이 아빠 영상을 보며 남편에게 더욱더 힘을 실어주게 되었다. 그때는 겨울이었지만, 동네 낮은 산부터 시작해서 왕복 4시간(아이 기준) 걸어야 하는 산까지 다니고 있고, 코로나가 심해지고 나서는 집 앞 산책코스를 2~3시간 산책하기도 하며, 동네 공원이나 캠핑장을 가서 자연에서 보내는 시간을 많이 가지려고 노력중이다. 단언컨대 몽이는 주기적인 등산을 통해 오래 걸을 때 필요한 지구력과 체력이 좋아졌다, 얼마 전 대근육 검사(?)를 하였을 때, 아치가 무너짐 없이 (자폐성 아이들은 아치가 무너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체가 튼튼하다는 결과도 듣게 되었다.
꾸준히 산을 다니던 아이가 오산에 있는 ‘필봉산’에 정착을 하게 되었을 무렵 집에 오신 친정어머니께 둘째를 맡긴 채 등산을 따라나섰다. 늘 아빠랑 가던 곳인데 엄마가 함께 가니 더 즐거워하는 게 눈에 보였다.
필봉산이 별로 높지 않은 산이라 몽이가 별로 힘들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 데 막상 내가 직접 올라가니 아이들에 다니기에 무난한 산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런지 오르막이 나올 때마다 엄마에게 매달리고, 먼저 올라가다 장난치며 다시 엄마에게 뛰어 내려오고, 업어 달라고 하다가 찡찡거리며 울기까지 해서 남편에게 매주 이렇게 어떻게 다니냐고 물었다.
평소에는 안 그래~. 엄청 잘 올라가
그래 엄마가 같이 가니 꾀부리는구나.!
필봉산 정상에는 아이스크림, 음료수, 컵라면 등을 파는데, 몽이는 항상 정상에 오르면 아빠랑 메로나(2000원!!, 정상에서는 5배 가격..) 사 먹는데 하필 그날은 품절이었다. 그럼에도 많이 씩씩해진 몽이는 메로나 대신 게토레이를 마시며 실컷 쉬다가 내려왔다. 내려오는 길에 운동기구에서 운동도 하고, 중간중간 경치도 보고 지나가는 아저씨들께 인사도하고, 등산을 다닌다는 건 아이에게 자연과 여유를 선물하는 기분이다.
여담..: 남편 말로는 평소 정상에서 먹는 ‘메로나’가 아이에게 엄청난 동기부여가 되는 데, 정상에 도착했을 때 메로나가 매진이면 엉엉 울 때도 있다고 한다
매주 짜증 없이 등산 다니는 우리 아들 너무나 기특해. 엄마가 많이 칭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