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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장애를 오픈해야 할까요?

어느 누가 쉽게 결정 할 수 있을까

by 느리나이


얼마 전 화제가 된 ‘편 스토랑’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오윤아 씨는 아이가 자폐성 장애(발달장애)가 있으며, 아이가 어떻게 생활하는지에 대해 대중들에게 공개하였다. 화면 속에서 보이는 아이는 중학생의 체구를 가졌지만 아직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겪고 있고, 감정표현이 서툴렀지만 엄마를 정말 사랑하는 순수함 그 자체였다. 물론 엄마인 오윤아 씨도 아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가 티브이를 넘어서 나에게 까지 전달이 되는 것 같아 눈시울이 붉어졌다. 우연히 방송 중 오윤아 씨가 자폐 부모 모임의 대화를 담은 영상을 보게 되었는데, 왜 오윤아 씨가 방송에 아이를 공개할 결심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나도 똑같이 해본 고민이라 격하게 공감되었다. 숨어 살지 않는 한 일부 지인에게든 모든 사람들에게든 공개될 수밖에 없는데 비자발적이냐(타인의 질문) 자발적이냐(스스로 오픈)의 차이가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부모들인 유튜브나 블로그를 통해 아이의 장애를 공개하고 발전되는 모습을 공유하기도 한다. 결국 결정하는 건 부모의 판단이다.


아이가 다른 사람들과 조금 다르다는 걸 알게 된 후 사람들을 만났을 때 아이에 대해 추가로 설명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아이가 어느 유치원 다녀요?’ ‘유치원 마치고 어디 다녀요?’ 엄마들끼리 사소하게 물어볼 수 있는 질문이지만, 나는 아이에 대해서 말하기 위해 구구절절 설명이 필요하다. 요약해서 적어보자면

‘아이가 발달이 느려서 특수반에 다니고 있어요. 아직 언어 표현이 서툴거든요. 유치원을 마치고는 발달센터 치료를 가야 해서 방과 후를 하거나 다른 학원을 다닐 수가 없어요. ADOS 검사상 자폐스펙트럼의 성향이라고 해요. 하지만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들에게 피해를 주거나 그러진 않아요.’

(실제로 몽이는 폭력성 있거나 남에게 해를 끼치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정작 그런 대화에 끼게 되면 머릿속 작동을 멈추고 얼른 다른 화제로 전환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편스토랑 ‘오윤아씨’편 (아이에 대해 당당하게 공개하는 모습이 멋있었다.)





아이에 대해서 부끄럽거나 숨기고 싶은 생각은 없다. 난 아직도 우리 아이만 가지고 있는 특별한 장점이 있으며 내가 그걸 찾아서 키워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아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설명하거나 드러내지 않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가 있었다. 첫째로, 아이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직은 어린 나이라 부모가 자신의 의사표현을 도와준다고 해도 언젠가 아이가 스스로 결정해야 할 시기가 올 텐데 그때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어떻게 알고 있는지 심각하게 받아 드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스스로 뭔가 보여주기도 전에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을 만날 수도 있다. 두 번째로, 점점 발전해가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언젠간 자폐라는 병이 치료되지 않을까 그때까지만 기다리면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이다. 다행히 아이의 겉모습으로는 장애를 판단할 수 없다. 그래서 더 그런 기대를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고, 어쩌면 그건 깊은 마음속 어딘가에 아이의 장애를 온전히 받아들일 준비가 안된 나의 모습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런 막연함으로 작년 한 해 (6세) 동안은 아이의 행동수정과 발달을 끌어올리는 데 시간을 쏟아부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내가 아이를 부정하고 있다는 게 느껴지며 극심한 자괴감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그걸 깨닫고 나니 나는 다시 아이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는데 집중하기 시작하였다. 세 번째는 아이가 남들과는 다르다는 이유로 배척당해 상처를 받은 적이 있어서이다. 아이의 자폐성향을 알기도 전에 또래 아이들보다 언어가 늦기 시작할 때였다. 한 아이가 집에서 독특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는데 아이가 다니고 있는 원에다 그게 우리 아이를 따라한 거 아니냐는 항의를 했다고 한다. 물론 절대 아니었다.(선생님들의 판단). 또한 표현을 잘 못한다는 이유로 기관의 선생님들에게 방치를 당한 적도 있다.


각설하고, 나는 이제 아이에 대해 자발적 공개를 하고자 한다. 대중들 앞에 이름이나 얼굴을 공개하진 않겠지만 적어도 주변인들에게는 당당히 아이의 다름을 인정하고 말하도록 할 것이다. 지난 1년은 내가 아이에 모습을 온전히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준비를 한 것 같다. 아이가 7살이 된 지금 ‘자폐스펙트럼장애가 아닐지도 몰라(주변에서.. 아닐 거라는 말을 너무 많이 들었다.)’라는 생각은 접어 버리기로 했다. 아이가 자폐면 어떻고 아니면 어떠하랴. 너는 내 소중한 아들인 걸. 다만 자폐스펙트럼으로 인해 네가 사람들과 다를 수 있다는 거 그래서 훨씬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사실만 받아들이 도록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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