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에 간 친구에게 화단을 점령했을 머위를 따서 보내 달라고 했다. 그해 처음 따는 머위를 나는 항상 약이라고 생각한다. 겨우내 땅속에서 이 순간만을 위해 진지하게 웅크리고 있다가 언제 올라왔는지 모르게 연한 초록옷을 입고 빼꼼히 작은 싹을 디밀다가 어느새 아가 손바닥만 해졌다가 두어 나절 지나면 어른 손바닥만 해진다. 이제 먹어 주어야 한다. 말린 무청이나 머위줄기의 겉껍질은 상당히 질기다. 섬유질 본부 같은 느낌이 들어 그것을 꼭 먹어야 한다는 욕심에 시달렸다. 그런데 너무나 질겨 결국 삼키지 못하고 마지막엔 뱉어내야 했다. 올해는 그 미련한 마음과 섬유질 조금 포기하고 부드러운 맛을 택했다. 우와~~~~ 줄기가 이렇게 부드러웠구나 새삼 놀랐다.
금세 한 밥과 데친 머위와 젓갈로만 한 끼를 먹었다. 쓴맛뒤엔 미세한 달큼함이 있다. 머위도 실망시키지 않고 옅은 달달함을 주고 갔다. 이제 나에게 몇 번의 봄이 남았을까 하며 또다시 머위향과 같이 올 미래의 봄에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