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

말하지 않은 마음에 대하여

by 박윤희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내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걸까.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너만큼은 이해해 줄 거라 믿었는데.’


가깝게 지내던 사람과 멀어질 때 마음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들이다. 이상하게도 이해받은 기억보다 오해받은 기억이 더 또렷하다. 아마 “난 널 이해해 “라는 말을 말 그대로 들어본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진심이라 해도 말로 건네지 않은 감정은 쉽게 전달되지 않는다. 표현되지 않은 마음은 때로 진짜임에도 불구하고 가짜처럼 남는다.


사람은 보이는 것으로 판단하고 이해하려 한다. 보이지 않는 영역은 직감에 의존한다. 그 직감은 시선뿐 아니라, 말투, 분위기, 함께한 시간 같은 감각들의 총합일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타인에게 어떻게 비춰질까? 거울 속의 나와 다른 사람의 눈에 맺힌 나는 결코 같지 않다. 결국 ‘나’라는 사람을 온전히 이해시킨다는 일은, 애초에 가능하지 않은 영역에 가까운 일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사람과 사람 사이는 이어진다. 이해란 단순한 친밀함이 아니라, 그보다 더 깊은 사랑과 배려의 태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종종 그 둘을 혼동해 왔다. 이해한다고 믿었던 눈빛, 다정하다고 여겼던 태도.

‘날 이해한다는 눈빛으로 대화했잖아. 그때의 그 친절함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그 질문 뒤에는 원망이 쌓인다. 함께 보낸 시간의 길이만큼, 차곡차곡.

하지만 어느 순간, 그 원망을 향하던 시선이 나 자신에게로 돌아온다.

‘나는 얼마나 말로 표현해 왔을까? 감정을, 생각을 말로 확인해 본 적은 있었을까’


그 질문이 떠오르자, 위태롭게 쌓여 있던 원망의 나무더미가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이해받지 못했다는 생각보다 먼저, 이해받고자 했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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