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각자 다른 시간 속에 산다
세상 일이 계획한 대로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렸을 때는 나의 계획대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착각을 하기도 했다.
모든 선택은 나의 의지였다고 믿고 싶었다.
나에게 주어진 선택 사항이 제한적이었다는 걸 알면서도 결국 내가 선택한 길로 정해졌다고 부득부득 우기고 싶었다. 대학, 직업, 결혼 상대, 퇴직까지의 모든 과정을 내가 선택했기에 삶에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나서 알았다. 내가 살아온 모든 것은 계획대로 된 것이 없다는 것을. 나는 첫째를 가지고 결혼을 하고, 4년 뒤에 둘째를 임신하게 된다.
나에게 아주 멋진 친구 소영이가 있다. 소영이는 원하는 직업을 가졌고,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하고, 결혼 후에 사업을 하고, 자녀 계획을 가지고 임신 출산 그 이후의 이어지는 삶까지 모든 것이 계획적이었다. 소영이의 눈에는 내 삶이 즉흥적이고 무모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갑작스러운 임신이 찾아올 때마다 내 삶은 모습이 바뀌었고 소영이에게 고민을 토로했다. 비단 아이 문제뿐만은 아니었다. 결혼 초에 남편과의 잦은 마찰 문제로 괴로움에 소영이를 찾아가 유독 부부 사이가 좋은 친구를 부러워하기도 했다.
"내가 진심으로 너를 생각해서 하는 말인데, 좀 계획적으로 살아보는 게 어때? "
"그게 계획적으로 되는 게 신기하다. 네가 대단한 거야."
순간 부러움은 질투로 바뀌고, 그녀의 진심은 허망했다. 한 여자로서 당당한 소영이의 삶이 부러웠지만 쭈글거리는 내 모습이 위축되어, 그런 나 자신이 미워졌고, 나의 현실과 동떨어진 그녀의 말은 어이없고 허무했다.
진심은 보이는 것이 좋을까? 숨기는 것이 좋을까? 마음을 진짜와 가짜로 나누고 진심이 진짜 마음을 뜻하는 거라면, 드러내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다. 타인의 마음과 나의 마음이 같지 않아 당황스럽고, 설령 운이 좋아 같다고 하더라도 정도의 차이가 있어 서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까운 사이일수록 진심을 숨기는 것이 관계 유지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누군가는 진심이라며 생각한 대로,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을 한다.
“내가 너 생각해서 하는 말이야” “도대체 왜 그래? 이해가 안 돼” “그게 당연하잖아.”
나에게 아주 폭력적이다. 나는 이런 말들에 상처를 받는다. 우리 사이에 금을 그어놓고 밖으로 밀어내는 것 같다.
나의 마음은 이렇게 외친다.
"난 당신의 진심이 궁금하지 않아. 그렇게 밀어내지 않아도 우린 각자 다른 시간 속에 살고 있어."
그러면서 나는 늘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아름다운 동행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