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순우리말을 소리 낼 때 단어의 진정한 의미를 느낀다.
‘틈’을 소리 내어 보자. 윗니와 아랫니 사이에서 터져 나오는 파열음이 입 밖으로 충분히 퍼지기도 전에 입술 두 개가 포개져 흐름을 막는다. 흘러나오지 못한 소리에는 뭔가 미련이 남는다. 빈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입술을 앙다물고 있으면 ‘틈’의 울림이 비강을 지나쳐 가슴속을 가득 메운다.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면 틈이 보일 것 같아서 조심스럽다. 걱정하고 조심스러운 마음은 이내 불안으로 바뀐다. 한숨 한번 크게 쉬고서 ‘틈’의 여운을 내보내면 꽉 찼던 가슴이 이내 비어진다. 불안도 자연스레 없어진다.
매사에 빈틈없는 남편은 늘 불안해 보인다. 혹시 지금 행동이 나쁜 습관이 되지는 않을까, 실수하지 않으려고 하고, 혹시 아이가 잘못되지나 않을까, 내 것을 지키려고 한다. 그 행동들 사이에는 끼어들 여유는 없다. 반면에 틈만 나면 여유를 부리는 아내는, 남편의 불안 때문에 덩달아 긴장한다.
이제 ‘틈’을 내서 마음에 공간을 만들어 보는 게 어떨까.
빈 공간이 있어야 비로소 변화와 다름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