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야, 우리 함께 우주로 가자
얘야, 우리 함께
우주로 가자
사진기 하나 들고서
별놀이 하러 가자
지구에 남은 생명들
잘 지낼까 걱정돼도
뒤돌아보지 말고 가자
고향에서 챙겨온 것
모두 잃게 된다 해도
슬퍼하지 말고 가자
얘야, 우리 함께
우주 가장자리로 가자
그곳에서 홀연히 빛나는 점에게
안녕 하러 가자
<보이저호>, 2022.3
'보이저(Voyager)'는 나사에서 만든 무인 우주 탐사선이다. 인류가 만든 물체 중 지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물체라고 한다. 보이저 1호는 1977년 9월 4일, 2호는 1977년 8월 19일에 발사되었다. 지구에서 발사된 순서가 아닌, 더 먼 여정을 떠날 우주선에 1호를 붙였다. 보이저 호는 지금도 어두운 우주를 항해하고 있다. 이들의 항해는 동력을 다할 때까지 이어질 것이다.
보이저 호는 '창백한 푸른 점'을 찍은 것으로 유명하다. 칼 세이건이 태양계를 벗어나기 직전인 보이저 호를 지구 방향으로 돌려서 사진을 찍자고 제안했다. 정말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제안이었지만 어째선지 윗선에 이 제안이 받아들여졌고, 태양계 속에 티끌처럼 존재하는 지구의 사진이 찍혔다. 칼 세이건은 동명의 저서에 "저 창백한 푸른 점이 우리의 고향이다."라면서 호들갑을 떨었다. 칼 세이건은 아무리 봐도 소설가가 됐어도 대성했을 사람이다. 아, 이미 소설 써서 영화화도 한 적 있지. 젠장할, 과학자면 과학만 잘하라고.
밤하늘을 올려다 보며 보이저 호를 떠올렸다. 마음대로 죽지도 못하고 그저 묵묵히 춥고 외로운 그곳을 헤엄치고 있을 녀석이, 별안간 슬프게 느껴졌다. 나의 사사로운 동정 따위에 녀석은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또 길을 떠나겠지. 지구에 남은 생명들 걱정되어도 티 하나 내지 못하고 발걸음을 떼겠지.
나는 차라리 녀석의 행복을 빌어줬다. 카메라 하나 들고 별놀이 하러 떠난 보이저 호가, 괜히 고향 생각 하지 말고 편안하게 잠들 수 있도록 기도했다. 어딘지 모를 밤하늘을 향해 안녕 하고 손을 흔들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