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유인력의 법칙 매정한 과학자들은 천체의 운동을 수식화했고 우리의 고향은 행성이란 이름에 묶였다.
광년의 외로움 계산에 따르면 우리는 우리의 고향에 닿지 못할 것이다. 보이저 호는 임무를 완수하고 우주를 떠도는 유일한 인공별이 되었다. 우리는 사죄했으나 면죄받지 못할 것이다.
고독 죽어가는 은하처럼 시리도록 찬란한 향수
탄생을 상실한 별 타향의 밤하늘에 고스라이 빛나는 행성의 고독
<행성고독(行星孤獨)>, 2023.10
<행성은 외로움을 느끼는가>, painted by MS Image Creator
중학생 때 처음으로 천체망원경을 써봤다. 학교에 단 한 대 있는 망원경이라고 선생님은 자랑스럽게 떠들었다. 솔직히 천체망원경이 얼마나 비싼지는 상관할 바 아니었다. 그것으로 하늘을 바라보면, 내가 가고 싶어 하는 별이 보인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하지만 결과는 내 바람과 딴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학교 수업은 대낮에나 진행되고, 대낮에 행성을 관측하기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내 눈에 들어온 것은 푸른 하늘, 구름, 옅게 보이는 달뿐이었다.
어느 날 밤이었다. 거의 10시가 가까운 늦은 시간이었다. 갑자기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지금 교회 앞에서 망원경으로 밤하늘을 관측할 거니깐 너도 오라고. 이게 대체 무슨 소리지 싶었지만 바로 뛰어갔다.
교회 주차장에 친구들이 모여 있었다. 중앙에 정말로 망원경이 세워져 있었다. 한 친구가 가져온 것이라고 했다.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접안렌즈에 눈을 가져다댔다. 밤하늘에 수도 없이 많은 천체들이 빛나고 있었다. 그 아름다운 장광에 넋을 잃었다.
나는 재빨리 금성을 찾으려 했다. 하지만 아무리 보아도 금성은 보이지 않았다. 분명 학교 수업에서 회합주기니 뭐니 하는 이유 때문에 밤에는 금성을 관측할 수 없다고 배웠는데, 막상 망원경을 손에 쥐니 그런 생각 머리에 들지 않았다. 계속해서 밤하늘을 이리저리 살피며 보이지 않을 금성을 찾았다.
그때 망원경으로 본 별들은 분명 찬란한 빛을 내뿜어 아름다웠지만. 그와 동시에 너무나도 외로워 보였다. 서로 닿지 못한 채 중력에 묶여 우주를 표류하는 행성들이, 참을 수 없이 외롭고 슬퍼 보였다.
우리가 망원경으로 우주를 바라보는 까닭은 우리가 어디서 왔는지 알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우리는 평생 고향별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