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중력가속도는 지구의 육 분의 일이라니 그럼 달에 가면 가벼워지는 거냐며 무게와 질량도 구분 못 하는 문외한들이 참 많다
실은 나도 그랬지 달에서는 토끼가 방아 찍는 게 실은 현무암이었다는 걸 고등학교 지구과학에서야 알게 되었지
방아 찍는 토끼든 달의 바다든 그게 뭔 상관이냐 어차피 멀리서 바라보기만 하는 건 매한가지 아니냐 우리 같은 문외한들은 고개나 쳐들면 될 뿐이다
우주 가운데 알 꽉 찬 보름달 언젠가 한 번 가고 싶다 고놈 배를 갈라 토끼발 같은 월석 오독오독 씹고 싶다 그럼 날카로운 달먼지가 내 폐를 갈기갈기 찢어놓겠지
뭐 어쩌겠어 피 좀 토하고 달에서 눈감으면 되지
<달맞이객>, 2020.4
2019년 11월
문학에 있어 달이 갖는 위상은 참 높다. 어떤 나라에서는 "달이 예쁘다"라는 말이 사랑 고백의 의미를 갖는다고도 하고, 크툴루 신화 같은 곳에서는 달이 미지의 공포를 의미하기도 한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천체여서 그런가, 정말 다양한 방식으로 굴려지는 불쌍한 위성이다.
대학생 때 산책을 하면서 달을 질리게 봤다. 깡촌이라 별이 보일 만했지만, 별은 무슨 북극성도 보이지 않고 달만 덩그러니 떠 있기 마련이었다. 나는 달을 바라보면서 맥없이 걸었다. 오늘 달은 어제보다 좀 더 차올랐군. 곧 보름달이 되겠어... 하는 의미 없는 생각을 하면서.
어릴 때만 해도 어른이 되면 정말 우주여행을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2020년 상상도'라면서 하늘을 날아다니는 자동차니, 우주 여행 패키지니 호들갑을 떨던 어른들이다. 어른들이 그렇다고 말하니 나도 믿었다. 그런데 2024년이 된 지금까지 여행은 무슨. 여전히 고개를 들고 바라보기만 하는 실정이다.
나는 언젠가 달에 가고 말 것이다. 지긋지긋한 지구를 떠나 달맞이객 신분을 벗어던질 것이다. 그곳에서 헬멧을 깨부수어 숨을 들이마실 것이다. 달먼지가 내 폐를 찢을 때까지. 나는 우주 속에서 죽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