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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kerJ Apr 03. 2024

월 천 버는 엄마는 아이를 이렇게 가르칩니다

우선 제목부터 정정할 필요가 있다. 이 브런치북의 다른 글들을 더 읽어보신 분이라면 알 것이다. ‘월 천’이라는 단어는 ‘어떤 수준을 넘어서게 된 사람’이라는 하나의 상징일 뿐, 실제로 월 천 이상 버는 엄마의 이야기라기보다 ‘쉽게 해내기 어려운 걸 해내는 엄마’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그 모든 의미를 함축해서 이제부터는 ‘월천엄마’ 라고 지칭하겠다. 일단 월천엄마는 아이를 가르치지 않는다. 그냥 아이가 살길 바라는 그 삶을 본인이 살아가며 보여준다. 아이는 그 어떤 말과 글로 가르치는 것보다 삶으로 보여주는 모습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그게 자녀 양육에 있어 가장 어려운 지점이기도 하지만 사실 부모에게 가장 좋은 지점이기도 하다. 아이가 살았으면 하는 그 삶이 나쁠리 없기에 부모가 살아가면 누구보다 먼저 부모가 좋기 때문이다. 

     



아이가 살았으면 하는 삶을 산다는 것은 어떤 대단한 업적을 이루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상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월천 엄마는 아이에게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게 중요하다고 하는 대신 본인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난다. 돈보다 건강을 더 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말 대신 정말로 돈을 벌기 위해 몸을 갈아 넣지 않고 건강을 잘 챙길 수 있다는 전제 하에 돈 버는 일에 얼마나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할지 계획한다. 돈과 성공이 삶의 전부가 아니라고 하면서도 오늘의 성과에 일희일비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정리 좀 하라고 말하는 대신 정리된 공간이 주는 쾌적함과 안정감을 경험하도록 한다. 모든 감정은 다 자연스러운 거라고 말하면서 막상 아이가 울면 ‘이게 울 일이냐, 그만 좀 울어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자신의 감정에 대해 날 것으로 표출하거나 ”왜 엄마를 화나게 하니?“라는 말 대신 ”엄마 지금 좀 화났으니까 마음을 가라앉히고 올게“라는 비난 없이 솔직한 표현으로 자신과 아이를 둘 다 존중한다. 한 마디로 말과 행동에 모순이 거의 없기 때문에 아이도 자신도 헷갈리거나 불안해지지 않는다.  얼마간의 모순조차도 스스로 의식하고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혼란이 되지 않는다.     


일방적으로 아이를 챙기는 일들을 하다 지쳐 짜증내는 대신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반복적으로 알려주거나 다른 사람에게 맡긴다. 대신 그 누구보다 엄마가(양육자가) 해주었을 때 의미 있는 일에 집중한다. 예를 들면 따뜻한 눈맞춤 하기, 꼬옥 안아주기, 함께 웃기, 아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엄마의 사랑을 전하는 일에는 기꺼이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돈 주고도 살 수 없고 관계 없는 타인은 절대 줄 수 없는 것이 ‘정서적 안정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가장 먼저 자신의 정서적 안정감을 유지하는 데 가장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서 그게 자연히 아이에게로 흘러가도록 한다. 놀랍게도 이 안정감은 아이뿐만 아니라 성인들도 그녀를 주목하게 만들어서 그녀가 월천 이상 벌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삶의 우선순위가 뭔지 명확하게 알고 아는 대로 행동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녀에게 비결을 물으면 다소 뻔한 말을 하게 된다. 삶은 어떤 특별하거나 참신한 전략으로 인해 쉬워지는 게임이 아니라 경험으로 깨닫게 된 것들을 실제로 해 나가다보면 살만해진다는 것을 그녀는 잘 알고 있다.     

 

아이에게 월천엄마는 뭔가 하라고 하지는 않지만 하라는 말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사람이 된다. 엄마처럼 사는게 좋아 보여서 따라 하고 싶어진다. 그럴수록 월천엄마는 더욱 너로서 살아가라고 자녀를 힘껏 밀어준다. 마음의 말들을 무시하지 않고 귀 기울여서 듣다 보면 자신처럼 될 수 있다는 걸 알기에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자신과 대화하는 법을 알려준다. 그렇게 아이는 엄마를 잘 따라가기 위해 오히려 자신에게 더 집중하는 사람이 된다. 자신만 아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을 잘 알고 이해하기에 다른 사람도 평가가 아닌 이해의 대상으로 보는 여유 있는 사람이 된다.      


이 글을 적는 나 역시도 어제보다 오늘이 더 월천엄마에 가까워지기 위해 애쓰고 있다. 여전히 내가 꿈꾸는 것은 내가 월천엄마로 살아가는 어느 날, 과거의 미성숙했던 나에 대해 얘기했을 때 아이들이 ”정말? 엄마가 그랬단 말이야?“하며 놀라는 장면이다. 그러면 나는 뿌듯하고 여유 있는 얼굴로 이렇게 말해줄 것이다. 

”지금에 비하면 정말 많이 미숙했지. 그 날들이 있어서 지금의 엄마가 될 수 있었어. 무엇보다 너희가 존재 자체로 엄마를 항상 응원해줘서 가능했어.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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