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자리, 낯선 사람들, 그리고 나
이직 후 첫 출근 날.
익숙했던 출근길 대신
처음 걷는 길 위에 서있다.
바삐 걷는 낯선 사람들과
빽빽한 고층 건물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내가 정말 여기에 있어도
되는 사람인가 싶었다.
머리 위 하늘은 맑았지만
마음은 조용히 뒤엉켜 있었다.
잠시 후 도착한 건물 앞.
평소같이 문을 밀었지만,
손끝이 살짝 떨렸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시간.
가만히 귀를 기울이니,
낯선 공기 속에서 나 혼자
붕 떠 있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사무실 문을 열었다.
반듯하게 정리된 책상 하나.
옆엔 박스를 뜯지 않은 새 컴퓨터.
내 자리가 저기구나, 싶었다.
“안녕하세요.”
작게 인사를 건넸고,
팀원들은 웃으며 맞아줬다.
인사치레였을지 몰라도,
그 웃음은 분명 따뜻했다.
그리고 그 순간,
마음이 조금 풀리는 듯했다.
하지만 금세 사무실은
원래의 모습대로 돌아왔다.
누군가는 키보드를 두드리고,
누군가는 전화 통화 중이었다.
그 익숙한 움직임들 사이에
나만 멈춰 있는 기분이었다.
괜히 뭘 해야 할지 몰라
서랍을 열었다 닫았다.
잠시 후 첫 회의 시간.
조용히 앉아 있었다.
모르는 단어가 들렸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대충
무슨 말인지 아는 척을 했다.
회의는 빠르게 흘렀고
나는 좀 더 느리게 따라갔다.
'내가 너무 소극적이었나?'
회의가 끝나고 나니
조금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말을 하지 않았지만
머릿속은 복잡했다.
점심시간.
누가 말을 걸어주길 기다리다
결국 조용히 따라나섰다.
다들 대화를 이어가는데
나는 웃는 타이밍만 맞췄다.
익숙한 그들 사이에
나 혼자 끼어 있는 느낌.
그래도 어색하지 않은 척,
익숙한 척.
첫날은 그렇게 흘렀다.
오늘은 일보다 나 자신을 의식하는
시간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너무 눈에 띄지 않으려고.
그러다 보니 정작 아무것도
못하고 하루가 지나갔던 것 같다.
하지만 낙담하지 않기로 했다.
이직은 예전의 나를
지워내는 게 아니니까.
오늘은 첫날이었으니까.
익숙했던 것을 잠시 내려놓고
낯선 것에 몸을 맡기는 과정.
내가 익숙했던 방식은 잠시 넣어두고,
이곳의 방식대로 맞춰 볼 예정이다.
억지로 맞추는 게 아니라,
조금씩 조금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