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니림 Jul 07. 2024

[행운을 주는 편지] '나'와 '너'를 읊조리는 밤

 

의지할 수 있는 불빛이 탁자 앞에 놓인 전등 하나라면, 과연 그것에 만족하고 살 수 있을까.


의지할 수 있는 불빛이 탁자 앞에 놓인 전등 하나라서

와인의 달달함을 입안 가득 느낄 수 있었고, 

블루투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귓속 가득 담을 수 있었고,

영어문장 하나하나 집중해 몇 페이지를 훌쩍 읽을 수 있었다.


의지할 수 있는 불빛이 탁자 앞에 놓인 전등 하나였기에.


우리는 늘 그런 식이다. 작은 것에 감동할 줄 알고, 감사할 줄 알고, 즐길 줄 아는 사람이면서.

괜한 불안에 휩싸이고, 우울에 잠식되고, 괜스레 서글퍼지는 나약한 사람인척.

우리는 언제나 근사한 사람이었으면서.


당신은 언제나 행복해할 줄 아는 사람이었으면서.


온전히 나에게 집중한다는 것은 참 쉽다가도 어려운 일이다. 

모처럼 주변을 정돈하고 노트북을 펼쳐 끄적거리기 시작하면 시간 가는 줄 몰라 쉬운 일 같다가도, 또 어려운 이유는 그 시간을 마주할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날은 나를 구성하는 모든 것들을 감각하는 밤이었다.


블루투스로 틀어놓은 음악이 옆방에 새어나갈까 조마조마하고, 아까 먹은 음식냄새가 내일까지 빠져나가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하고, 내일까지 빨래가 잘 말라줄지 염려하고, 유독 따스하게 느껴지는 이 밤이 관리비 폭탄으로 돌아올까 무섭지만, 방 한구석에 자리한 꽉 찬 냉장고를 보며 부모님의 사랑을 감사해할 줄 알고, 뜬금없이 연락한 친구와 주고받은 메신저에서 느껴지는 따스한 마음들을 나눈다. 바쁜 틈을 비집고 겨우 살아남은 사랑과 관심들이 툭툭 튀어나오는 순간들로 버틴다.


온전히 나에게 집중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남까지 챙길 수 있는 여유를 기르는 과정인 듯하다.

모든 것들이 차분해지는 순간에 '나'에게, 그리고 '너'에게 집중해 본다.


그리고 너를 정말 애정한다고 읊조려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행운을 주는 편지] 내 인생은 우상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