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걸음은 느리다.
당장 나에게 와주었으면 좋겠건만, 저 멀리에서 어기적거리며 걸어온다.
희망, 도전, 따스함. 청춘의 형체들이 당최 내 곁에서 발걸음을 함께 해주지 않는다.
나는 무언가에 쫓겨 앞으로만 나아가고 있는데, 그런 나를 지켜만 볼 뿐이다.
이제 나의 걸음이 느려진다.
애타게 청춘을 기다리다 지쳐간 나는 주위를 둘러본다.
아름다운 단어들만 청춘이라고 여겼던 무지함에 무릎을 탁 친다.
허리를 조금 더 곧게 펴고 여유를, 그리고 인생을 즐긴다.
'마음만은 청춘이다'라는 어른들의 말씀이 이런 이유에서 나온 것일까.
- 지친 여름이 차츰 물러가고 살랑한 바람이 불어오듯. 조금은 가볍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