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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고 Oct 17. 2023

프랑스 사람들은 어떤 집에 살까

프랑스에서 지인의 집을 구경하다가


 얼마 전 작은 시골 마을 주택을 구입한 A 씨 집에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집 옆에 이웃집이 붙어있는 형태의 주택이었습니다. A 씨는 복잡한 도시 안에는 살고 싶지 않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은행과 빵집 정도는 걸어서 가고 싶다고 했습니다.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집을 고른 이유라고 합니다. 우리 집 같은 독립된 농가는 걸어서는 아무 데도 갈 수 없는 고립된 느낌이 들어 싫다고 합니다.


  젊은 부부 C 씨와 D 씨는 은 오래된 외양간을 구입해 집으로 개조했습니다. 허허 들판 중간에 세워진 집입니다. 아름다운 들판이 훤히 보이는 지대가 조금 높은 곳의 외양간을 구입했습니다. 전문 업체를 통해 내부를 현대식으로 개조했고 일 년이 걸렸습니다. 아이 학교도 상업시설도 차를 타지 않으면 갈 수 없는 위치에 있지만 크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일터가 있는 소도시까지 10km 정도, 교통 체증이 없는 곳이라 넉넉잡아도 십오 분 안 거리입니다.


  지인 B의 어머니는 현대식 집을 찾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임시로 작은 마을 주택을 빌려 살고 계시는데 곧 이사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본래는 대도시에 사셨지만 은퇴를 했으니 조용한 시골이 좋습니다. 주변에 상업 시설이 없는 것은 크게 상관이 없으나 고택은 원하지 않습니다. 잡일 거리 없는 편안한 노후를 즐기고 싶습니다. 골치 아픈 공사 걱정이 없는 새 주택을 구해 이사하고 싶습니다.


  E 씨는 도시의 아파트에서 도시 외곽 주택으로 이사했습니다. 70년대에 지어진 주택으로 신축도 고택도 아닌 중간의 주택입니다. 콘크리트가 노후하긴 했지만 아직 튼튼한 편입니다. 2층 주택이라 실생활 공간이 넓고 리모델링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큰 공사가 필요 없습니다. 무엇보다 일하는 곳과 멀지 않습니다. 맞벌이를 하기 때문에 공사에 큰 시간을 쓸 수 없고 일터와 먼 곳으로 갈 수 없습니다. 좋은 위치에 살 수 있는 것이 만족스럽습니다.


 지인 F 씨의 아들은 대도시의 중심가에 삽니다. 도시 외곽에 집이 있지만 그는 도심 아파트에 사는 것을 선호합니다. 상업 시설과 편의 시설이 내 집과 가까이 있는 것이 좋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도시 안 어디든지 갈 수 있고 기차를 타면 전국으로 다닐 수 있습니다. 집을 관리하는 것에 시간을 쏟기보다 내가 원하는 공간에서 자유롭게 다니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중심가에서 살고 싶습니다.  


 G 씨는 은퇴를 맞이해 시골에 있는 저택을 구입했습니다. G 씨의 관심사는 고택 수리입니다. 과거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작품 같은 집을 만드는 수리입니다. 근처 도시의 시청 앞 돌 포장도로가 아스팔트 길로 바뀌었습니다. 드러낸 돌바닥은 삼백 년 정도 된 옛 유물로 시청의 창고에 보관되었습니다. 그 소식을 듣고 G 씨는 시청으로 달려가  돌바닥을 구입했습니다. 지금 그 돌을 집 정원에 까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고택 정원에 걸맞은 장인의 손으로 만들어진 바닥을 찾은 것이 기쁩니다.  


리옹 시내의 오스만식 아파트
리옹 오스만 스타일(구축) 아파트 내부 모습


   

프랑스 사람들은 어떤 집에 살까


 최근 새로 거주지를 마련한 주변 지인들의 이야기입니다. 제가 있는 프랑스 중부 지방에서는 지인을 집에 초대해 식사를 하는 것이 흔한 일입니다. 가깝지 않은 사이라면 식사 대신 간단히 차를 마시기도 합니다. 남의 집에 갈 일도 우리 집에 누군가 오는 일도 자주 있는 편입니다.


 얼마 전 저희 집에서 식사를 하거나나 차를 마시고 간 사람 수를 세어 보았습니다. 어른만 50명에 가까운 숫자가 세어져서 저도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집으로 찾아온 사람 수만큼 저도 그 집에 초대받고는 하니 꽤 다양한 지인의 집을 보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프랑스 생활 초기에는 이런 초대가 어색했던 적도 있습니다. 지금은  프랑스 생활 중 가장 재미있는 일이 되었습니다. 각자의 상황과 취향에 따라 사는 모습이 다르고 그것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더 느낍니다. 프랑스 사람들은 정말 다양한 집에 산다는 것을요.


 프랑스에는 어떤 형태의 집들이 있을까요. 크게 아파트와 주택이 있는 것은 우리와 다를 것 없습니다. 그 안에서 지어진 년도와 건축 재료 그리고  형태에 따라 여러 갈래로 집이 나뉩니다.


 아파트로는 아래층에 상가가 있는 주상 복합형 아파트, 외곽에 있는 단지형 아파트,  신축 아파트, 내부를 개조한 오스만 스타일 아파트, 타운하우스형 아파트 등이 있습니다. 주택 종류로는 저희 집처럼 독립된 농가 주택, 마을 안에 있는 농가 주택,  신축 주택, 업타운 형 주택(주로 60년대 건축), 그리고 성 등이 있습니다.


도시 신축 아파트
리모델링이 끝난 고택
마을 안에 있는 주택들
소도시 외곽의 업타운형 주택
소도시의 60년데 주상복합형(?) 아파트
부르고뉴의 성. 대중 개방도 하지만 실제로 안에 사람이 산다
내부 수리가 끝난 성. 성 부지는 캠핑장으로 개방하고 있다


프랑스의 다양함과 한국의 편리함


 프랑스에도 빈부격차는 존재하고 더 좋다고 여겨지는 집과 아닌 집이 있습니다. 시골 마을의 개조되지 않은 작은 아파트와 파리 샹젤리제의 아파트는 당연히 같지 않습니다. 도시 안에 지어진 비슷한 신축 아파트여도 더 살기 좋다고 여겨지는 구역이 인기가 있고 가격도 높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만큼 집의 가치가 수직적으로 매겨지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역 이름과 평수 브랜드만 들어도 누구나 대충 집의 가치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짐작은 하겠으나 집을 직접 보지 않으면 그 정도로 쉽게 알 일은 아닙니다. 집의 가치를 결정하는 요소가 더 많다 보니 그렇겠지요.


 예전 우리나라의 꽤 알려진 부촌에 있는 집에 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집 내부 구조가 제가 흔히 보는 일반 아파트와 다르지 않아 친근함을 느꼈던 기억이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우리나라 아파트 내부 구조는 얼추 어딜 가나 비슷했던 것 같습니다. 딱히 개인의 취향이라는 게 개입할 여지가 없습니다.  프랑스에서는 취향이 집을 선택하는데 한 요소가 됩니다. 삶의 수준이 어느 정도 갖추어졌다면 나머지는 본인의 생활 패턴에 대한 선택입니다. 가치관에 맞추어 가장 적합한 공간을 고르는 것입니다.


 다양함에 대가는 있습니다. 집 관리가 비효율적인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집마다 상태가 다르고 환경이 다르니 사는 사람이 요령껏 집을 파악해서 관리해야 합니다. 인건비가 높은 나라라 마냥 업자를 통할 수도 없고 업자를 통해도 일을 잘할지는 복불복입니다. 가능한 많은 것을 직접 해결하는 편이 좋습니다. 그래서인지 주말이나 휴가날을 집을 정비하는데 보내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집이란 푹 쉴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하는 한국인의 입장에서는 참 답답하게 느껴질 일입니다.


 집을 고르는 것에는 크게 두 가지 요소가 있는 것 같습니다. 거주지에 대한 자신의 가치관과 생활의 편리함입니다. 프랑스와 한국은 이 두 가지 측면에서 양 극단에 서 있는 나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둘 중에 무엇이 더 옳은 일일지 답은 각자에게 남아있겠지요.


 저는 극과 극 두 나라 사이에 서 있습니다. 저희는 어떻게 둘 사이에 균형을 맞춰서 살아가게 될까요. 나름의 속도로 저희의 가치관에 맞는 집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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