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연
'근데 세상이 원래 그래. 사는 건 불편한 거야'
이 작품의 불편함의 대중적 매개체는 '마스크'이다. 코로나 초입 시대 불편의 상징인 마스크와 글자 그대로 편리함의 심벌인 편의점이란 공간에서 줄거리는 전개된다. 그 불편한 마스크 또한 편의점에서 구매 가능하니 이 작품의 편의점은 단순 역설적 공간 배경만은 아닌 것 같다.
편의점을 매개로 '염여사, 시현, 오선숙, 경만, 인경, 민식, 곽 과 황 그리고 독고' 등장인물은 심각하지 않는 실명이나 성(姓)을 지시할 뿐 주인공인 '독고' 그리고 'Always 편의점'만 은유적 명칭을 부여하였다. 소설의 제목과 달리 읽기에 불편하지도, 심각하지도 않으면서도 잔잔한 감동의 여운을 주는 소설이다.
지하철에서 마스크를 안 하고 떠드는 민폐인(?)에게 '독고'는 입냄새 나서 못하나고 되묻는 대목이나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니 조용해진다는 염여사의 문구에서 타인의 불편함을 차단하는 순기능 대신 정곡을 찌르는 단순 명료한 역기능의 역지사지로 반문하는 구절은 결국 불편함이란 우리 자신에서 기인된 성찰로 전달된다.
또한 불편한 현실은, 염여사처럼 현명하게 사람을 대하는 사장님과 시현처럼 자신의 에너지를 발산하는 젊음의 연(緣)이 매치되어 희망으로 연결되는 세상은 소설 속에서 성사되는 희소한 간절한 불편함이며 염여사, 시현, 인경, 선숙, 경만, 민식, 곽 그리고 황의 삶처럼 그 흔한 버거움만이 가득 찬 불편한 세상이 현실이란 점이다.
부정할 수 없는 불편함은 결국 편한 절망으로 가속화된다. 그 절정의 인물의 주인공이 '독고'일 것이다. 그들의 회복력과 자성은 마치 우화나 동화의 교훈처럼 전개되는 측면에서 한편 글의 힘이 부치지만, 작가의 전개에 불편함을 딴지걸기엔 황막한 감성에 스며드는 따뜻함이 편한 책 읽기를 멈추게 하진 못하게 한다.
사죄와 봉사를 결심하기로 한 대구행, 그리고 가족과의 재회를 암시하는 독고의 눈물로 소설의 마지막 장을 마치는데, 시현과 독고의 따뜻한 이별에서 남겨진 염여사 그녀의 역할이 이 소설의 편안함의 뒷배경이며, 독고와 시현은 시간이 흐른 후 만일 염여사의 재회가 있다면 아마 '마스크' 없이 서로의 눈물을 흘릴 것이다.
영원히 불편할 수밖에 없는, 그런 불편한 삶의 의미를 회복하려는 발버둥이 힘겨운 것은 삶의 고독과 외로움 때문일 것이다. 혼자의 고객들이 시간적 공간적 편의로 방문하는 편의점에서 그들이 서로에게 내민 배려와 친절이 서로의 마음을 녹이며 후회와 다짐을 결심하며 또 다른 삶을 추스르는 대목은 눈물겹다.
문득 이 소설을 여류작가가 썼다면 어떤 느낌일까? 하는 생각이 스쳐간다. 감성적이고 여린 문구 그리고 내면의 통찰로 가슴을 찡하면서도 지금의 소설보다 더 감성의 감도가 강하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기도 하지만, 너무 슬프지 않았음 하는 생각에 지금의 작품이 좋은 것 같다는 안도감 또한 같이 동반된다.
이 시대에 너무 슬프면 때론 불편하다.
유형적 자산이 꽉 잡고 있던 요즘 책 시장, 오랜만에 무형적 자산 즉 감성 소설이 베스트셀러 상위를 한 오랜만의 소설이다. 매사에 심각하고 신중하다 보면 불편하다. 이 소설은 분석적인 언급은 불편하다. 그저 편한 눈물이 불편한 웃음보다 솔직하다는 느낌 그것이면 충분하다.
- 2022년, 봄을 그리며 2월 끝자락에서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