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수권 <지리산 뻐꾹새>
어쩔 땐 내 마음속에서 들리는 슬픔이 너무도 커서
여러 사람이 나를 향해 울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하나의 슬픔이 아닌 것처럼.
지나온 시간들, 닿지 못한 말들, 미처 보듬지 못한 감정들,
그 모든 것들이 저마다 목소리를 내는 것처럼 웅성거린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깨닫는다.
그 울음이 사실은 단 하나의 마음에서 시작되었다는 걸.
너무도 길게 돌아서, 너무도 복잡하게 메아리쳐 왔기에
다른 울음처럼 느껴졌을 뿐,
처음부터 끝까지 그것은 오롯이 나의 울음이었다는 걸.
어쩌면 우리의 고통도 그런 게 아닐까.
여러 겹의 이름을 붙이고
“이건 외로움이고, 저건 분노야, 또 저건 후회지…”
말을 덧붙이지만,
결국 그 모든 감정의 시작은 한 뿌리에서 오는 건지도 모른다.
어느 봄날,
지리산에서 울던 뻐꾹새 한 마리가
하나의 울음을 쏘아 올렸고,
그 울음은 산 너머 산으로 흘러가
여러 마리의 울음처럼 퍼져 나갔다.
나도 그랬던 것 같다.
처음엔 나 하나 힘든 줄 알았는데
세상 전체가 함께 우는 것처럼 느껴졌던 시간들.
-
세상이 조용해졌을 때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진짜 울음은 한 사람의 가슴에서 시작됐고,
그 여운은 끝내 강이 되어 흘렀다.
그리고 그 강물은,
누구보다 깊은 상처를 안고서도
침묵으로 모든 걸 견뎌낸 사람만이
끝내 마주할 수 있는 한 줄기 빛이었다.
나도 언젠가
그 뻐꾹새처럼
울음을 삼키고 삼키다
긴 시간이 흐른 후에야
누군가의 마음에 울림이 되는
소리를 낼 수 있을까.
그때,
내가 흘린 눈물은
누군가의 철쭉밭을 불태우는
가장 아름다운 붉은 빛이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필요한 건
조금 더 참고
조금 더 살아내는 일.
울음이 흘러,
나 아닌 너에게 닿을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