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 <왼손>
어느 날은
누군가의 위로도,
따뜻한 말 한마디도
그다지 위로가 되지 않을 때가 있다.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지만
괜히 눈치가 보이고,
말 꺼내기 전에
그냥 삼켜버리게 되는 날들.
그럴 땐 결국
나를 안아주는 것도,
다독여주는 것도
결국 나 자신이다.
하루를 버티고
밤이 되면,
내가 내 손을 가만히 잡는다.
왼손으로
쓰러진 오른손을
조용히 감싸쥐듯,
그렇게 나를 붙든다.
“오늘도 애썼어.
그 어려운 순간들을
다 건너왔잖아.”
그 말 한마디를
조용히 스스로에게 건넨다.
누가 대신 말해주지 않아도 괜찮다.
오히려 그런 밤은
내가 나에게 가장 솔직할 수 있는 시간이다.
적막한 밤,
불도 다 꺼진 방 안에서
나는 내가 얼마나 애썼는지
하나하나 떠올려본다.
울고 싶어서 우는 게 아니라,
그냥 어느 순간
눈물이 깜빡깜빡
말도 없이 떨어진다.
왼손이 오른손을 쥐어주는 것처럼
그 눈물도
나를 위해 흘러주는 것 같다.
참았던 것들이
살짝 틈을 내고
나온다.
힘들 때마다
누군가가 알아봐주길 바라면서도
사실은 내가 제일 잘 안다.
아무도 몰라줘도
나는 안다.
얼마나 버거웠는지,
그걸 참고 견딘 내가
얼마나 대단한지.
결국
이런 밤을 지나고 나면
나는 또 내일을 버텨낼 수 있다.
조용히
나를 붙잡아주는 내 손 덕분에.
왼손으로 오른손을 잡아주는 일.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그게 오늘
나를 지켜내는 방법이었다.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나를 위한 위로.
오늘도 애썼다고,
잘 버텼다고
그렇게 나 자신에게 말해주는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