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운 <사랑>
누군가 “지금 당신은 무엇을 사랑하고 있나요?”라고 묻는다면
잠시 말문이 막힐 것 같다.
그 질문은 언제나
조금 느리게 가슴 깊은 곳으로 내려앉는다.
사랑이란 건,
너무 익숙해서 말로 꺼내기 어려운 감정이다.
숨 쉬듯, 밥을 먹듯,
일상 안에 녹아 있어서
그게 사랑이라는 사실조차 잊고 살아가기도 한다.
요즘 나는
오히려 오래된 물건 하나를 쓰다듬으며
그 안에 깃든 마음을 느낀다.
누군가에게는 고작 낡은 컵일 테지만
나에겐 어느 봄날의 기억,
그 사람의 따뜻한 말투,
그리고 잊지 못할 눈빛이 담겨 있다.
마음은 그렇게
무언가에 고요히 머문다.
사람이 아니어도,
언어가 없어도.
그 모든 것이
사랑이다.
엄마가 반찬을 싸서 건넬 때의 손,
문을 나서는 아이에게 무심한 듯 던지는
“조심해”라는 말,
반려견의 눈빛 하나에
하루의 피로가 다 녹아내리는 순간.
이 모든 걸 뭐라 말할 수 있을까.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일수록
사랑에 더 가까운 것 같기도 하다.
누군가는 연인을 사랑하고,
누군가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아직 만나지 못한 사람을 사랑하고 있을 것이다.
또 어떤 이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어느 나라의 배우를,
어느 책의 문장을
오래도록 마음속에 품고 있다.
그게 얼마나 아름다운지
말로 다 전하지 못하지만,
나는 그런 마음이
사람을 살아가게 한다고 믿는다.
사랑은 때때로
비현실적인 말처럼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가
참아내는 하루의 무게,
말하지 않고도 전해지는 다정한 눈빛,
가슴 한쪽에서 무언가 뭉클해지는 순간마다
그 감정은
분명히 우리 곁에 있다.
보이지 않아도,
늘 우리 안에 있다.
누군가 사랑을 묻는다면
굳이 설명하려 들지 않을 것 같다.
그냥 이대로,
가만히 가슴에 손을 얹고
한 줄의 시처럼
작고 단단한 마음으로 대답할 것이다.
“사랑은…
봄물보다 깊고,
가을산보다 높고,
달보다 빛나고,
돌보다 굳은 거예요.”
그걸 말로 다 하지 않아도
누군가는
그 마음을 알아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