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의 인생을 사랑합니다: 남편에게

한용운 <사랑하는 까닭>

by 지나
한용운 사랑하는까닭.png


왜 사랑하느냐고 묻는다면

선뜻 대답하지 못할 것 같다.

귀여워서, 잘 맞아서, 착해서…

그런 말로는

지금 마음을 설명할 수 없으니까.


그 사람의 웃는 얼굴을 좋아하고,

걸을 때 팔을 살짝 흔드는 버릇도 좋아하고,

뭔가 장난기가 나오고 재미있을 때 코를 벌름거리며 입을 씰룩거리는 모습,

저음의 목소리가 내게는 콧소리로 변할 때,

말없이 나를 바라볼 때의 눈빛도 좋지만…

그건 마음의 아주 일부분이다.


사실은

그 사람이 살아온 인생 전체를

그 사람이라는 시간과 이야기까지

나는 사랑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누구나

빛나던 시절이 있다.

어딘가에서 반짝이고,

누군가에게 예쁘게 보이던 시간.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모서리 하나 둘 무뎌지고

피부에 주름이 늘고

슬림하던 몸매에 배가 나오기도 하고

말수가 줄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많은 사랑은

그 사람이 빛나던 시절까지만 품고,

그 이후는

아련한 기억으로만 남긴다.


하지만 내가 알고 싶은 사랑은

그 사람의 빛나는 순간뿐만 아니라

그늘이 진 시간까지

함께 품을 수 있는 마음이다.


힘들어서 혹은 아파서 말수가 줄고,

늦은 밤 약을 챙겨 먹고,

침대 가장자리에 조용히 앉아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는 그 모습까지.


기대고, 미워하고, 다시 돌아오고,

그렇게 쌓인 세월을 함께 껴안아주는 일.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그 사람의 미소뿐만 아니라

눈물까지도 사랑하게 되는 일이다.


빛나는 하루만이 아니라

울고 있는 밤까지

품고 싶어지는 마음.


“왜?”라고 묻는 말에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그냥 “그 사람이니까요”라고

작게 대답하는 마음.


그게 진짜 사랑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랑하는 사람의 백발을 만지며,

그 주름진 손등을 가만히 쓰다듬으며

그동안 얼마나 많은 것을

견디며 살아왔을지 생각한다.


그리고 그 시간이

내게까지 흘러오고 있다는 게

참 고맙다.


사랑은

‘지금 이 사람’만이 아니라

그 사람이 살아온 시간과

앞으로 살아갈 모든 모습을

기꺼이 껴안고 싶은 마음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그 사람의 인생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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