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묻는 이 있거든, 이대로 말하리

한용운 <사랑>

by 지나
사랑 (1).png



누군가 “지금 당신은 무엇을 사랑하고 있나요?”라고 묻는다면

잠시 말문이 막힐 것 같다.

그 질문은 언제나

조금 느리게 가슴 깊은 곳으로 내려앉는다.


사랑이란 건,

너무 익숙해서 말로 꺼내기 어려운 감정이다.

숨 쉬듯, 밥을 먹듯,

일상 안에 녹아 있어서

그게 사랑이라는 사실조차 잊고 살아가기도 한다.


요즘 나는

오히려 오래된 물건 하나를 쓰다듬으며

그 안에 깃든 마음을 느낀다.

누군가에게는 고작 낡은 컵일 테지만

나에겐 어느 봄날의 기억,

그 사람의 따뜻한 말투,

그리고 잊지 못할 눈빛이 담겨 있다.


마음은 그렇게

무언가에 고요히 머문다.

사람이 아니어도,

언어가 없어도.


그 모든 것이

사랑이다.


엄마가 반찬을 싸서 건넬 때의 손,

문을 나서는 아이에게 무심한 듯 던지는

“조심해”라는 말,

반려견의 눈빛 하나에

하루의 피로가 다 녹아내리는 순간.


이 모든 걸 뭐라 말할 수 있을까.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일수록

사랑에 더 가까운 것 같기도 하다.


누군가는 연인을 사랑하고,

누군가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아직 만나지 못한 사람을 사랑하고 있을 것이다.

또 어떤 이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어느 나라의 배우를,

어느 책의 문장을

오래도록 마음속에 품고 있다.


그게 얼마나 아름다운지

말로 다 전하지 못하지만,

나는 그런 마음이

사람을 살아가게 한다고 믿는다.


사랑은 때때로

비현실적인 말처럼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가

참아내는 하루의 무게,

말하지 않고도 전해지는 다정한 눈빛,

가슴 한쪽에서 무언가 뭉클해지는 순간마다

그 감정은

분명히 우리 곁에 있다.


보이지 않아도,

늘 우리 안에 있다.


누군가 사랑을 묻는다면

굳이 설명하려 들지 않을 것 같다.

그냥 이대로,

가만히 가슴에 손을 얹고

한 줄의 시처럼

작고 단단한 마음으로 대답할 것이다.


“사랑은…

봄물보다 깊고,

가을산보다 높고,

달보다 빛나고,

돌보다 굳은 거예요.”


그걸 말로 다 하지 않아도

누군가는

그 마음을 알아챌 것이다.

keyword
이전 19화나는 보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