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천명 <아름다운 얘기를하자>
어떤 사람을 보면
괜히 미운 마음부터 앞설 때가 있다.
그 사람이 특별히 나쁜 짓을 한 것도 아닌데,
그냥 싫고, 못마땅하고,
별것 아닌 일에도 흠을 잡고 싶어진다.
알고 보면 그게 내 문제라는 걸
머리는 안다.
하지만 마음은 그걸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 사람을 미워하면서
사실은 내 안에 있는
지나친 자존심, 작은 열등감 같은 걸 들여다보게 된다.
예전엔 참 좋았던 사람들도
어느 순간 작은 틈이 벌어지고
그걸 메우지 못한 채
서로 미워하게 되는 때가 있다.
처음엔 별거 아닌 일이었을지 모른다.
사소한 말실수, 서운함, 오해.
그런데 마음속 어딘가에서는
그걸 자꾸 키우고, 뿔을 세운다.
결국 “네가 문제야”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그게 사실은
“나는 잘못 없어”라는 걸
확인받고 싶은 마음인 걸 알면서도.
요즘 우리 사회도 크게 다르지 않다.
생각이 다르면 틀렸다고 단정짓고,
나뉘어진 편 안에서 서로를 깎아내린다.
정치, 종교, 세대, 성별,
뭐든 편이 갈리고,
그 안에서는 당연한 듯 서로를 공격한다.
개인으로 만나면
그렇게까지 모진 사람이 아닌데도
무리에 들어가면
얼굴이 달라진다.
서로를 미워하고 증오하는 게
너무나 익숙해진다.
그걸 보면서 나도
문득 이런 생각을 한다.
서로를 미워하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 내 못난 부분을 보고 있는 건 아닐까.
내가 싫어하는 것들은
어쩌면 내 안에도 있는 것들이다.
남의 꼴이 밉다고 하면서
그 꼴을 내 안에서도 지우지 못한 채
애써 외면하고 있는 건 아닌지.
너를 미워할 때
결국 나를 보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런 마음으로
좋은 얘기를 하고 싶다.
별일 아닌 것에도
고맙다고 말하고,
사소한 다툼 속에서도
웃어넘기는 마음을 되찾고 싶다.
그게 말처럼 쉽지 않지만
어디선가 시작해야 하니까.
서로를 헐뜯기보다는
좋았던 순간을 떠올리고,
예쁜 말을 건네고,
아름다운 얘기를 나누는 것.
이제는 그게
더 필요해졌다.
오늘 하루,
나도 그렇게 살아보고 싶다.
서로를 비추는 그림자가 되기보단
조금 더 밝은 말을 꺼낼 수 있는 사람으로.
나도, 너도,
서로의 미움을 부추기지 않기를.
조금 더 아름다운 얘기를 건넬 수 있기를.
그게,
지금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일인 것 같다.